휴머노이드 100대 중 97대는 중국산이었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 인도된 휴머노이드 로봇은 1만 9,100대입니다. 이 가운데 8,400대를 중국 애지봇 한 회사가 내보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스마트애널리틱스글로벌(SAG) 집계입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아직 제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직도에서는 이미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SAG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글로벌 휴머노이드 출하량의 97% 이상이 중국 기업 몫이었습니다. 8,400대를 인도해 점유율 44%를 기록한 애지봇이 1위, 유니트리가 31%로 2위입니다. 이어 갈봇 5%, 유비테크 4%, 레주 3%가 3~5위에 올랐습니다. 1위부터 5위까지 한 곳도 중국 밖 기업이 없습니다. 특정 회사가 앞선 것이 아니라, 한 나라가 상위권을 채운 구조입니다.
같은 통계에서 상반기 출하량은 1년 전보다 272% 늘었습니다. 규모보다 눈에 띄는 것은 쓰임새입니다. SAG는 상반기 출하량의 70% 이상이 산업·상업용으로 투입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만 확인하는 초기 검증 단계, 이른바 PoC를 지나 자동차 조립과 부품 생산 라인에 직접 배치되는 대량양산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입니다. 전시장에서 걸어 보이는 단계가 아니라, 납품 대수를 세는 단계라는 뜻입니다.
삼성전자의 대응은 조직 구성에서 먼저 드러납니다. 지난 7월 신설된 로보틱스(RX) 사업추진실에서 하드웨어 개발팀장과 AI 소프트웨어 개발팀장을 윤장현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가 동시에 겸직합니다. 로봇의 구동계를 다루는 조직과 인식·자율주행을 설계하는 조직을 임원 한 명이 통합 총괄하는 것은 대기업에서 이례적입니다. 업계에서는 개발 주도권을 하드웨어에서 AI·소프트웨어로 넘긴 조치로 해석합니다. 뼈대를 먼저 만들고 소프트웨어를 얹는 순서로는 AI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준비는 최근 일이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2022년 '삼성 봇(SAMSUNG BOT)' 상표를 선제 출원했습니다. 2024년에는 두 발로 걷는 성능을 좌우하는 휴머노이드 고관절 설계 기술을 출원했고, 올해 4월에는 카메라 비전과 결합해 물체 형태에 따라 손가락 배열을 바꾸는 로봇손 특허를 미국에 등록했습니다. 여기에 사람의 말로 내린 지시를 물리적 동작으로 바꾸는 언어모델 제어 기술이 더해졌습니다. 연구 체제도 둘로 나뉩니다. 서울 우면동 R&D 캠퍼스에서 시각 인식과 정밀 제어 같은 두뇌 기술을 다듬고, 구미사업장 등에 구축 중인 '데이터 팩토리'에서 실증합니다. 반도체·스마트폰·가전 생산라인을 자사 데이터 수집 기지로 쓸 수 있다는 점이 삼성의 강점으로 꼽힙니다.
점유율만 보면 판이 이미 기운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중국산 제품 수입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기업에 기회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과 동맹국이 안보 위협이 없는 새 로봇 공급망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시장 자체도 커집니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가 2025년 6조 6,000억 원에서 2034년 222조 4,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신형 아틀라스를, LG그룹이 클로이를 내놓은 상태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IT 분야 제조업 절대 강자인 삼성이 휴머노이드 시장에 본격 등판하면서 기존 미국과 중국이 양분하던 판도가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내년 1월 CES 무대는 삼성이 구상하는 'AI-휴머노이드-스마트홈' 융합 생태계가 실체를 드러내는 첫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직 제품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구상과 실물 사이의 거리는 그 무대에서 확인됩니다.
지금 나와 있는 숫자의 성격을 구분해 두면 좋습니다. 출하량 1만 9,100대와 중국 비중 97%는 SAG가 집계한 2025년 상반기 실적치입니다. 반면 2034년 222조 4,000억 원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의 전망치입니다. 하나는 이미 일어난 일이고, 하나는 아직 오지 않은 예상입니다. 삼성의 구상이 어디까지 실물로 나왔는지는 내년 1월 CES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반기 8,400대를 인도한 회사와, 아직 0대인 회사의 격차가 그때 어느 정도로 좁혀졌는지도 함께 보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