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크리스가 되찾은 비트코인의 가치는 약 450만 달러, 우리 돈 약 60억 원입니다. 그가 처음 매입할 당시 비트코인은 개당 4달러 미만이었고, 코인데스크 보도 시점 가격은 약 7만 6,500달러였습니다. 270만 원이 60억 원이 된 셈입니다. 다만 이 결과는 그가 시세를 지켜보며 기다린 끝에 나온 것이 아닙니다. 14년 동안 그는 자산이 남아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크리스가 이용한 곳은 영국에 등장한 초기 비트코인 거래소 가운데 하나인 '브릿코인'입니다. 이후 '인터산고'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당시 비트코인은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실험적 자산에 가까웠지만, 영국 매체 LBC에 따르면 인터산고 운영 당시 계정 수는 5,000개를 넘었습니다. 문제는 2012년 말부터였습니다. 파운드화와 달러화 거래 등이 중단됐고, 2014년 초에는 사이트 접속이 완전히 불가능해졌습니다. 이용자들이 인출을 요청해도 제대로 된 응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영국 기업등기소 기록상 인터산고 법인은 2016년 3월 공식 해산됐습니다.
크리스도 거래소에 이상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비트코인을 빼내려 했지만, 계정에 접속할 수 없었습니다. 전환점은 올해 가족의 권유로 찾아왔습니다. 영국 로펌 CEL솔리시터즈에 도움을 요청하자, 로펌은 자매회사 '더 크립토 트레이싱 엑스퍼츠'의 가상자산 추적 기술을 이용해 옛 인터산고 이용자들의 자산이 보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을 추적했습니다. 그 지갑에는 비트코인 5,500개 이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다만 돌려받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10여 년 전 실제로 비트코인을 구입했고 그 자산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직접 입증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로펌은 약 15년 전 은행 거래내역 등 자료를 확보해 소유권 확인 절차를 거쳤고, 미국 법원과 관련된 서류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안타까운 대목도 있습니다. 크리스는 2018년쯤 인터산고 공동창업자 2명이 과거 이용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받았지만, 이를 사기성 메일로 의심해 삭제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미 크게 오른 시점이었는데도, 실제로 자산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거래소가 접속조차 되지 않은 채 4년이 지난 뒤였고, 법인은 이미 해산 절차를 밟은 상태였습니다. 회수의 첫 관문은 기술이나 법률이 아니라, "아직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가정이었던 셈입니다.
크리스는 "당시 어린 자녀와 새집이 있었고 경제적 형편도 좋지 않아서 충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되찾은 자산의 일부를 가족을 위해 쓸 예정입니다. 아들이 새로 마련한 주택과 관련한 대출 상환을 돕고, 가족의 주거 여건을 개선하는 데 자금을 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유한 비트코인을 모두 현금화하지는 않고 일부는 계속 가지고 있을 방침입니다. 14년 전 그가 잃었다고 생각한 것은 돈이었지만, 실제로는 그 돈으로 할 수 있었던 선택이었습니다.
CEL솔리시터즈는 당시 거래소에서 사용한 이메일 주소, 인터산고가 보낸 이메일, 은행 송금 내역처럼 과거 비트코인 매입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있다면 자산 회수를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로펌 측은 인터산고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에 아직 비트코인 5,500개 이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가치로 수천억 원에 달하는 규모여서, 다른 옛 이용자들의 회수 사례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14년 전 삭제한 이메일 한 통이 크리스에게는 잃어버린 4년이었습니다. 오래된 거래 기록을 확인해 보는 일은, 그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