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수 있을 때 빨리 정리하자는 분위기입니다."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가 전한 말입니다. CJ제일제당이 전분당 사업부문 매각 희망가를 최대 2,000억 원으로 잡았습니다. 시장이 매긴 값보다 1,000억 원 낮습니다. 값을 깎아서라도 지금 넘기겠다는 뜻입니다.
2026년 9월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전분당 사업부문 매각 희망가를 2,000억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매각주관사는 삼정KPMG입니다. 같은 사업부문을 두고 시장에서는 3,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했습니다.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300억 원에 10배를 적용한 값입니다. EBITDA는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한 수치로, 사업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현금 규모를 가늠할 때 씁니다. 그 기준으로 보면 희망가는 시장 평가액의 3분의 2 수준입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CJ제일제당은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사업구조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에는 사료·축산 자회사 CJ피드앤케어를 네덜란드 기업에 매각했습니다. 전분당 사업부문 매각은 그 흐름의 연장선에 놓여 있습니다. 매각 대상의 규모를 보면 방향이 더 분명해집니다. 전분당 사업부문의 연간 매출은 약 1,000억 원으로, 전체 식품부문 매출의 약 1%에 불과합니다. 전분당은 옥수수에서 뽑아낸 전분을 원료로 물엿·포도당·과당을 만드는 사업입니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전분당 시장에서 대상·사조CPK·삼양사에 이은 4위 사업자입니다. 점유율은 10% 안팎입니다. 시장을 이끄는 위치도 아니고,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 수준입니다. 여기에 2026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전분당 등 가격 담합 혐의로 과징금 1,000억 원을 부과받았습니다. 매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매각 문턱을 낮춰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면서, 담합 적발에 따른 과징금 등의 리스크를 상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짚어볼 대목이 있습니다. 매수자가 과징금을 떠안는 구조는 아닙니다. 1,000억 원의 부담은 파는 쪽에 남습니다. 그럼에도 희망가가 낮아진 배경으로는 추가 적발 등이 향후 불안 요소로 남는다는 점이 지목됩니다. 이미 확정된 금액이 아니라,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능성이 값에 반영된 셈입니다. 비슷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태광산업은 AK홀딩스로부터 애경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2080 치약 리콜 사태로 인수가를 5% 가량 낮췄습니다. 사업 자체의 수익성보다 남아 있는 리스크가 가격표를 움직인 경우입니다.
IB 업계 관계자는 "팔 수 있을 때 빨리 정리하자는 분위기"라며 "매각 희망가를 보수적으로 잡은 만큼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노리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FI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보다 투자 수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입니다. 사모펀드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FI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파는 쪽에는 낮춘 값이고, 사는 쪽에는 들어갈 만한 값이 된 지점입니다.
기업 매각가에서 눈여겨볼 것은 절대 금액이 아니라 시장 평가액과의 차이입니다. 이번 건에서 그 차이는 1,000억 원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사업의 수익성 대신 과징금과 추가 적발 가능성이 들어가 있습니다. 확정된 손실이 아니어도 값은 먼저 움직입니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실제 거래가 희망가 수준에서 성사되는지, 그리고 CJ제일제당의 사업구조 효율화 작업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입니다. 3000억으로 평가된 사업을 2000억에 내놓은 판단이 맞았는지는 그때 드러납니다.
![CJ제일제당, 전분당 몸값 1000억 낮춰 판다[시그널]](https://wimg.sedaily.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907.38b986e9e3b44a8ebd9b05a4bd5c2d5d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