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아니어도 첫해 1억을 받는다 일본 도쿄일렉트론의 한국 법인에 신입으로 들어가면 1년 차 보상액이 8000만원에서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본급에 정기 상여금과 실적 특별 상여금을 더한 금액입니다. 네덜란드 ASML의 한국 법인도 2년 차부터는 총수령액이 1억원을 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 우수 인재의 진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좁혀져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반대 방향에서 돈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 램리서치의 한국 법인 램리서치코리아는 최근 기술직 임직원에게 3만 5000달러(약 4700만원), 사무직 임직원에게 2만 5000달러(약 336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지급했습니다. 여기에 월 급여의 최대 15%까지 자사주를 시장가보다 낮은 값에 살 수 있는 제도도 함께 도입했습니다. 회사가 임직원의 주식 매입을 지원하는 보상 방식입니다. 램리서치는 웨이퍼에서 회로를 깎아내고 막을 입히는 식각·증착 장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입니다.
램리서치코리아와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 등 관계사의 국내 인력은 2023년 1458명이었습니다. 이달 기준으로는 2679명입니다. 2년 사이 1200명 넘게 늘어난 규모입니다. 사무 거점도 함께 불어났습니다. 용인 본사와 송도·천안·청주 등 9곳이던 국내 오피스에 최근 평택 제2오피스가 추가됐고, 동탄에도 거점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장비를 공급하는 회사인 만큼, 국내 고객사의 생산·투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그대로 인력 수요로 옮겨온 셈입니다.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고, 메모리 시장은 이른바 슈퍼사이클에 들어섰습니다. 이 국면에서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로 지목되는 것이 설계와 연구개발을 담당할 전문 인력입니다. 장비와 공장은 돈으로 늘릴 수 있지만, 그것을 설계하고 개선할 사람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급여 인상 대신 자사주와 성과급 같은 장기 보상을 앞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뽑는 것보다 붙잡는 것이 먼저인 상황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3위 업체 마이크론은 올해 국내 주요 공과대학에서 면접을 본 뒤 그날 합격 여부를 통보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신입 엔지니어로 입사하면 미국 뉴욕주에 건설 중인 초대형 반도체 공장에 파견될 기회도 제공합니다. 해외 근무 경력을 원하는 젊은 엔지니어의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극자외선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노광장비 세계 1위 ASML의 한국 법인은 고정 상여를 포함한 신입 초봉이 약 7000만원이며, 연봉의 10% 한도로 자사주를 사서 1년 이상 보유하면 매입액의 20%를 현금으로 지원합니다.
파격적 조건에도 이탈은 반대 방향에서 벌어집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임금과 성과급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서 핵심 인력이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초 1인당 수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인력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같은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도 인센티브를 확대해 우수 인력을 붙잡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부족할 반도체 전문 인력을 약 100만명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 32만명, 미국 28만명, 한국은 12만 7000명입니다. 이 부족분이 지금의 보상 경쟁을 떠받치는 배경입니다. 반도체 분야 취업이나 이직을 고민한다면, 선택지가 국내 대기업 두 곳에서 장비·소재 기업으로 넓어졌다는 점을 확인해둘 만합니다. 다만 기사에 언급된 1억원대 보상액은 정기·특별 상여금과 성과급을 모두 합산한 금액이며, 실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해진 수치입니다. 신입 1년 차 1억원이라는 숫자는 확정된 연봉이 아니라, 경쟁의 온도를 보여주는 값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