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디플레이터는 국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변화를 한데 모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와 다른 점은 수출품 가격까지 반영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반도체 수출단가가 뛰면 이 지표도 함께 뛰어오릅니다. 2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3.7% 성장해 앞서 나온 속보치와 같았습니다. 세부적으로는 건설투자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 성장률이 각각 0.1%포인트 상향 조정됐고, 정부소비는 0.1%포인트 하향 조정됐습니다.
격차는 이번에 처음 나타난 게 아닙니다. 1분기 명목 GDP 성장률은 17.1%로, 실질 GDP 성장률 3.8%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당시 한국은행은 높은 명목 성장률이 국내 물가 상승이 아니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습니다. 2분기에는 그 간격이 더 벌어졌습니다. 명목 GDP가 전기 대비 9.2%, 전년 동기 대비 26.4% 늘어난 반면 실질 성장률은 3.7%였습니다. 두 분기 연속 같은 구조가 이어진 셈입니다.
숫자를 쪼개보면 원인이 분명해집니다. 2분기 수출 디플레이터는 56.6% 올랐고, 수입 디플레이터는 21.0% 올랐습니다. 내수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3.6%였습니다. 파는 값이 사 오는 값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됐습니다. 같은 양의 반도체를 수출해도 해외에서 더 많은 물건을 사 올 수 있게 됐다는 뜻입니다. 전체 디플레이터를 끌어올린 힘은 국내 물가가 아니라 이 수출가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생산 지표와 소득 지표가 다른 속도로 움직였습니다.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은 전기 대비 3.1%,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습니다. 실질 GDP의 전기 대비 증가율 0.6%를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교역조건 변동에서 생기는 실질 구매력의 득실을 나타내는 실질 무역이익이 1분기 38조 7,000억 원에서 2분기 58조 5,000억 원으로 늘어난 것이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국내 생산량 증가폭은 크지 않았지만, 국민이 손에 쥐는 실질 구매력은 GDP보다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앞서 "실질 GDP뿐 아니라 명목 GDP도 계속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질 성장률만 보면 3.7%지만, 가격 변화가 반영된 명목 성장률은 26.4%입니다. 어느 쪽만 봐도 경제의 절반만 보는 구조인 셈입니다. 명목 국민총소득도 전기 대비 8.8%,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했습니다. 소비보다 소득이 더 빠르게 늘면서 2분기 총저축률은 45.6%로 상승했습니다.
"물가지표가 21.9% 올랐다"는 문장을 생활물가 이야기로 읽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쓰는 돈에 가까운 숫자는 내수 디플레이터 3.6%이고, 21.9%를 만든 건 해외에 파는 값입니다. 뉴스에서 이 지표를 볼 때 내수·수출·수입 디플레이터가 각각 얼마인지 함께 확인하면 오해가 줄어듭니다. 세 숫자는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의 국민소득 항목에서 분기마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 21.9%와 3.6%, 처음의 두 숫자를 나란히 놓는 것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