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다니면 신입의 3배를 받는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호봉제를 유지한 채 정년만 늘리면 기업 부담이 커져 오히려 정년 연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회사에서 30년 넘게 일한 직원의 월 임금은 852만 2,000원입니다. 입사 1년이 안 된 직원은 276만 9,000원입니다. 3.08배 차이입니다. 5년 전에는 3배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8일 서울경제신문이 고용노동부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2025년 상용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체에서 30년 이상 근속자의 월 임금 총액은 852만 2,0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근속 1년 미만 근로자는 276만 9,000원이었습니다. 배율로는 3.08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임금 총액은 특정 기업의 사례가 아니라, 상용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체 전체를 모수로 한 평균값입니다. 개별 회사의 급여표가 아니라, 한국 기업 전반의 임금 곡선이 어떤 모양인지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이 배율은 2020년 2.95배였습니다. 5년 사이 3배 선을 넘어섰습니다. 격차가 좁혀진 것이 아니라 더 벌어진 것입니다. 폭 자체는 0.13배포인트지만, 방향이 한쪽으로 유지됐다는 점이 이 숫자의 의미입니다. 이 기간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이어졌음에도, 통계상 임금 곡선은 완만해지지 않았습니다. 원문은 이를 두고 연공서열형 임금구조가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배경에는 연공급, 흔히 호봉제라고 불리는 임금 체계가 있습니다. 근속 연수가 쌓이면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방식입니다. 담당하는 일이 무엇인지, 성과가 어땠는지와 별개로 시간이 임금을 결정합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입니다. 맡은 직무의 가치와 개인·조직의 성과를 기준으로 임금을 정하는 방식입니다. 두 체계의 차이는 임금 수준이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임금이 오르는지에 있습니다.
한국의 3.08배는 해외와 비교하면 두드러집니다. 3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은 신입 대비 일본이 1.62배, 독일이 1.77배, 이탈리아가 1.61배 수준이었습니다. 한국의 절반 안팎입니다. 다만 국가별로 조사 기준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숫자를 1대1로 대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 비교는 한국의 연공성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로 제시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과 첨단산업 인재 확보 경쟁이 본격화하는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연공급을 그대로 두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채용 경직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지순 교수는 호봉제를 유지한 채 정년만 늘리면 기업 부담이 커져 오히려 정년 연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임금체계를 손대지 않으면 정년 연장 논의 자체가 막힐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이 숫자의 출처인 고용노동부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조사'는 근속 연수 구간별 임금을 공개합니다. 내가 속한 근속 구간의 평균 임금이 얼마인지, 그 곡선이 어떤 모양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852만 원과 276만 원이라는 두 숫자는 특정인의 급여가 아닙니다. 임금이 무엇을 기준으로 오르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앞으로의 정년 연장 논의는 이 기준을 그대로 둘지에서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