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나오지 않았지만, 쿠팡 이야기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국적에 따라 기업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미국 기업 차별설은 절대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2025년 7월 1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한성숙 국무총리가 한국에 진출한 미국계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단체인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줄여서 암참의 제임스 김 회장과 마주 앉아 한 말입니다. 이 대담에서 '쿠팡'이라는 기업명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간 이야기는 대부분 그 사건을 향해 있었습니다.
11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담에서 한 총리는 "한국의 법과 규제는 자유롭고 공정한 기업 활동을 보장한다"며 "국내외 기업에 비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조사를 두고 번진 미국 기업 차별 논란을 정면으로 겨눈 발언입니다. 쿠팡은 미국 정·관계를 상대로 한 로비에서 차별설을 제기해 왔습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대담에서 기업명을 직접 꺼내지는 않았습니다. 이날 자리에는 박정성 통상교섭본부장도 함께 나왔습니다. 7월 취임한 한 총리와 지난달 취임한 박 본부장이 암참 초청에 응해 간담회에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 총리가 근거로 든 문서는 2024년 11월 한미 양국 정상이 발표한 공동설명자료입니다. 여기서 한국은 미국 기업을 차별하거나 미국 기업이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 총리는 이 약속을 "신의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차별 논란은 이번에 처음 등장한 쟁점이 아닙니다. 8개월 전 정상 차원에서 이미 문서로 정리된 사안이고, 쿠팡 조사가 그 문서의 이행 여부를 다시 꺼내놓은 셈입니다.
한 총리는 네이버 최고경영자 출신입니다. 그가 이 자리에서 꺼낸 사례가 2018년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이베이 산하에 있던 지마켓, 이름은 이베이코리아가 네이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이것이 '네이버 쇼핑 알고리즘 조작 사건'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사실상 미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저격한 사안이었지만 공정위가 무작정 국내 기업 편을 들지는 않았다는 것, 그것을 자신이 당사자로서 직접 겪었다는 취지였습니다. 규제 기관의 국적 편향을 반박하는 데 본인의 이력을 그대로 쓴 것입니다.
두 번째 사례는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태입니다. 쿠팡과 비슷한 시기에 대규모 유출이 일어난 사안입니다. 한 총리는 SK텔레콤이 정부가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요금 감면 등 자체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기업에는 요구 없이도 보상이 나왔다는 대비입니다. 그러면서도 한 총리는 "신산업 규제와 관련해 특별히 좀 더 관심을 가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불필요한 논란이 더 번지지 않게 하겠다는 뜻으로, 반박과 함께 여지를 남긴 대목입니다.
한 총리는 한미 협력의 성격이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과거가 교육과 투자 확대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 공급망과 에너지, 전략적 투자를 함께 설계하는 단계로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이어 "양국의 기업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고 그 성과가 다시 양국 경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며, 한미 기업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 제안해 달라고 암참 측에 요청했습니다. 차별 논란을 진정시키는 자리가 동시에 사업 제안을 받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말보다 일정을 보면 됩니다. 정부는 2025년 7월 18일 대미 투자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29~30일 한미전략투자 1호 프로젝트의 첫 투자금을 미국에 보낼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1호 사업으로는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아직 확정 발표가 나온 단계는 아닙니다. 이름이 한 번도 불리지 않은 신라호텔의 그 대담은, 결국 18일과 29일 사이에 무엇이 실제로 움직이는지로 검증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