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00명이 도는 공장, AI가 24시간 지켜본다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놓칠 수밖에 없는 시간과 공간의 빈틈을 메우는 것입니다." 정창훈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제조AI 팀장의 말입니다. 무대는 250만 평, 여의도 3배 면적의 정유·화학 공장입니다. 하루 3,000명이 이 부지를 오갑니다. 그 넓이를 사람의 눈으로 다 덮을 수 없다는 것이 출발점이었습니다.
16일 SK이노베이션 발표에 따르면, 회사는 울산컴플렉스(CLX)에 '듀얼 브레인' 운영체계를 이식하고 있습니다. AI의 연산 능력과 숙련 엔지니어의 경험을 묶어 공정을 24시간 분석·판단하는 방식입니다. 작동 순서는 정해져 있습니다. AI가 공정과 설비의 이상 징후를 먼저 잡아 대응 방안을 제시합니다. 현장 엔지니어가 이를 종합 검토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그 판단 결과는 다시 데이터로 쌓여 AI의 다음 분석에 쓰입니다. 사람의 결정이 AI의 학습 재료가 되는 구조입니다.
울산CLX는 60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정유공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지금은 가동 60년을 맞은 국내 최대 원유 처리시설입니다. 회사가 제시한 일정표는 단계적입니다. 2028년까지 설비 진단 AI에 예측 기능을 접목해 진단 범위를 넓히고 판단 정확도를 끌어올립니다. 2027년에는 데이터 인프라를 확충합니다. 2030년 이후에는 듀얼 브레인 운영체계를 완전히 정착시켜 AI 중심 조직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계획입니다.
규모를 보면 이유가 보입니다. 울산CLX는 98개의 복합 공정에서 하루 84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합니다. 250만 평 부지에서 연간 33만 건의 정비·보수 작업이 이뤄집니다. 하루 900건이 넘는 셈입니다. 듀얼 브레인의 축은 세 가지입니다. 공정 최적화, 설비 신뢰성, 그리고 안전·보건·환경(SHE)입니다. 365일 멈추지 않고 돌리면서 정유·화학 밸류체인 전체의 마진을 끌어올리는 것, 동시에 인명·화재 사고 없이 운영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설비 진단 플랫폼 'SKADI'를 자체 구축했습니다. 펌프·압축기 같은 핵심 회전기기의 진동과 온도 변화를 AI가 계속 지켜보며 이상 원인을 찾아냅니다. 이어 정비 계획 AI가 그 데이터를 받아 최적의 보수 시점과 작업 방식을 제안합니다. 안전 쪽에는 관제 플랫폼 '쉴드(SHEILD)'가 있습니다. 사람이 돌던 현장 순찰을 AI 기반 24시간 관제로 바꿔, 고위험 작업 현황 같은 데이터를 세밀하게 분석합니다. 이동형 데이터 수집에는 로봇개와 드론이 투입됩니다.
자동화 장비가 들어오면 인력이 줄어드는 것이 보통의 예상입니다. 현장에 배치된 로봇개는 현재 1대이고, 회사는 이를 10대까지 늘릴 예정입니다. 그런데 회사 설명은 다릅니다. 정 팀장은 "AI는 의사결정을 하는 주체가 아닌 보조자"라며 "현장에서 운전하는 인력은 크게 변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AI를 사람 대체가 아니라 사람의 물리적 한계를 메우는 쪽에 집중해 쓴다는 것입니다.
정 팀장은 쉴드의 역할을 두고 "AI가 울산CLX의 관제탑이자 관제사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AX, 즉 AI 전환으로 우리 업의 본질을 해결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듀얼 브레인으로 울산CLX에서 연간 약 1,000억 원의 생산성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확정된 실적이 아니라 회사가 제시한 기대치 입니다. 검증 이후에는 이 시스템의 대외 사업화도 구상 중입니다. 정 팀장은 "비즈니스화가 돼야 제대로 된 결과물"이라며 "SK그룹 내 IT 회사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발표에서 확정된 것과 계획인 것을 구분해 두는 게 좋습니다. 로봇개 1대 배치, SKADI·쉴드 구축은 현재 진행 상태입니다. 연간 1,000억 원, 로봇개 10대, 2030년 AI 중심 조직 전환은 아직 회사의 목표이자 기대치입니다. 대외 사업화도 그룹 내 협의 단계에 있습니다. 여의도 3배 부지를 하루 3,000명이 오가는 공장에서, AI는 아직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판단은 사람이 하고, 그 판단이 다시 데이터로 쌓입니다. 이 순서가 유지되는지가 앞으로 확인할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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