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못 했다고 전환가 깎는 조항, 2027년 3월부터 효력을 잃습니다 ✂️ 경영성과지표가 목표에 못 미쳤으니 투자금을 지금 돌려달라. 기업공개가 무산됐으니 주식 전환가격을 더 낮추겠다. 벤처투자 계약서에 이런 조건이 들어가 있어도, 앞으로는 그 조건만 따로 효력을 잃게 됩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2일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계약서에 서명이 있어도 해당 조항은 인정하지 않고, 그런 조건을 설정한 쪽에는 행정처분까지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담겼습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벤처투자조합의 불공정한 투자계약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처음 마련됐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투자계약의 조건은 투자자와 기업이 합의한 사적 계약의 영역으로 다뤄졌습니다. 개정안은 여기에 선을 그었습니다. 불공정한 조건을 설정한 경우, 그 조건에 한해 효력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행정처분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중기부는 이를 "피투자기업 보호를 위한 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이 찍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조항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일정은 세 단계로 나뉩니다. 9월 22일 국무회의 통과, 오는 29일 공포, 그리고 2027년 3월 30일 시행입니다. 공포일로부터 실제 적용까지 약 6개월이 남아 있습니다. 이 기간은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닙니다. 중기부는 시행 전까지 구체적인 규제 기준 등을 담은 하위법령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위법령은 법이 큰 틀만 정해둔 부분을 시행령·시행규칙으로 채워 넣는 절차입니다. 어디까지가 '정당한 사유'이고 어디부터가 '과도한' 수준인지는 이 단계에서 정해집니다.
첫째, 정당한 사유 없이 경영성과지표 변동 등을 이유로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행위입니다. 둘째, 일정한 유예기간 없이 투자금 상환을 요구하는 행위입니다. 셋째, 기업공개 실패를 이유로 투자받은 기업의 증권 가격을 과도하게 낮추는 리픽싱 조항입니다. 리픽싱은 투자계약에서 주식 전환가격을 나중에 다시 조정하는 조항을 말합니다. 전환가격이 낮아지면 같은 투자금으로 더 많은 주식을 받게 되고, 기존 주주의 지분은 그만큼 희석됩니다. 넷째는 계약이 아니라 사람에 관한 것입니다. 벤처투자회사의 대주주 등이 회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금전이나 향응을 제공하거나 받는 행위가 금지됩니다.
개정안이 무효로 하는 대상은 계약 전체가 아니라 "해당 조건"입니다. 문제가 된 조항만 효력을 잃고, 나머지 계약 관계는 유지되는 구조입니다. 또 금지의 기준선에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조기 회수는 "정당한 사유 없이"일 때, 리픽싱은 증권 가격을 "과도하게" 낮출 때, 상환 요구는 "일정한 유예기간 없이" 이뤄질 때가 대상입니다. 리픽싱 자체나 투자금 회수 자체가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 경계를 어디에 두느냐가 남아 있고, 그 답은 하위법령에 담깁니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이번 개정을 통해 벤처투자의 의사결정과 투자계약의 공정성이 한층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벤처투자 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업계와 소통하며 필요한 지원과 제도개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주주의 금전·향응 수수를 금지한 조항에 대해 중기부는 벤처투자회사의 투자 의사결정과 경영의 독립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규제의 축이 계약 문서와 의사결정 과정, 두 곳에 걸쳐 있는 셈입니다.
지금 체결하는 투자계약에 조기 상환이나 리픽싱 조항이 들어 있다면, 2027년 3월 30일 이후에는 그 조항의 유효성을 다시 따져볼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무엇이 '정당한 사유'이고 무엇이 '과도한' 리픽싱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기준은 공포일인 이달 29일부터 시행일까지 중기부가 정비하는 하위법령에서 확정됩니다. 계약서에 서명한 문장이 그대로 효력을 갖는지 확인하려면, 지켜볼 지점은 법안 통과가 아니라 하위법령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