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순매수 1위가 만기 3개월 국채라고요? 🐢 최근 한 달, 국내 투자자가 해외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것은 인공지능 종목도, 반도체도 아니었습니다. 만기 3개월 이하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ETF였습니다. 들어간 돈은 3403억 원. 한 달 전 같은 순위표의 1위가 반도체 지수를 3배로 따라가는 상품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0일 사이에 장바구니가 바뀐 셈입니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2026년 8월 22일부터 9월 22일까지 한 달간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종목은 '아이셰어즈 0~3개월 미국 국채 ETF(SGOV)'였습니다. 순매수액은 2억 4659만 달러, 약 3403억 원입니다. 만기가 3개월 이하인 국채만 담기 때문에 금리가 움직여도 가격 변동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매달 분배금이 나와서, 당장 쓸 곳이 정해지지 않은 달러를 잠시 굴리는 수단으로 쓰입니다. 2위는 미국 배당주 100개에 투자하는 '슈왑 미국배당주 ETF(SCHD)'로 2억 1251만 달러(약 2933억 원)였습니다. 배당을 꾸준히 준 기업 가운데 현금흐름과 자기자본이익률, 배당 성장률을 따져 종목을 고르는 상품입니다.
바로 전달 순위표는 얼굴이 달랐습니다. 미국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SOXL, 알파벳, 비상장사인 스페이스X 같은 성장·고위험 상품들이 상위권에 올라 있었습니다. 지수가 하루 1% 내리면 3% 내리도록 설계된 상품과, 3개월 국채는 성격이 정반대입니다. 한 달 사이 그 자리가 국채와 배당주로 넘어갔습니다.
이번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ETF는 6개였습니다. S&P500지수를 따라가는 '뱅가드 S&P500 ETF(VOO)'가 1억 9917만 달러(약 2749억 원)로 3위, 나스닥100지수에 투자하는 '인베스코 QQQ ETF'가 1억 4293만 달러(약 1972억 원)로 5위였습니다. 나스닥100 종목을 담으면서 매달 분배금을 추구하는 JEPQ, 나스닥100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따라가는 QLD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대기자금 운용, 배당, 대표지수, 월분배, 레버리지가 한 순위표에 함께 들어온 모양새입니다.
안전자산으로 완전히 옮겨간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1억 7031만 달러(약 2350억 원)로 4위를 지켰고, 2배 레버리지 상품인 QLD도 상위 10위 안에 남았습니다. 위험을 줄이는 상품과 키우는 상품을 같이 사들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종목의 단기 흐름에 대응하기보다 자산을 분산해 안정적으로 투자하려는 수요가 커졌다"며 "서로 다른 성격의 ETF로 투자 목적과 위험 수준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는 흐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ETF 시장에서도 같은 방향이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 상위 5개 상품 중 4개가 미국 대표지수 ETF였습니다. 'TIGER 미국S&P500'에 4657억 원, 'KODEX 미국나스닥100'에 2730억 원, 'KODEX 미국S&P500'에 2605억 원, 'TIGER 미국나스닥100'에 1792억 원이 들어왔습니다. 코스피 박스권이 길어진 시기와 겹칩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시장 방향을 단기적으로 예측하기보다 S&P500과 나스닥100 같은 대표지수로 분산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미국 상장 ETF에는 2026년 들어 약 2084조 원이 순유입돼, 2025년 연간 최대 기록인 약 2056조 원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아직 9월입니다. 한수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통상 4분기에도 계절적인 자금 유입이 이어지는 만큼 올해 연간 순유입 규모는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같은 'ETF'라는 세 글자가 붙어 있어도 성격은 전혀 다릅니다. 이번 순위표 안에만 만기 3개월 국채 상품과 하루 수익률 2배 상품이 같이 들어 있습니다. 상품 이름에 붙은 숫자가 단서입니다. '0~3개월'은 담는 채권의 만기를, '2배·3배'는 지수 하루 변동을 몇 배로 따라가는지를 뜻합니다. 순위가 높다는 사실 자체는 그 상품이 내 위험 수준에 맞는지를 말해주지 않습니다. 한 달 만에 1위가 3배 레버리지에서 3개월 국채로 바뀐 이번 집계가, 그 차이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