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1만 2,000원이 첫날 4만 2,500원이 됐다니요 🚿 필터 샤워기 '닥터피엘'과 침구 브랜드 '누잠'을 만드는 회사가 어제 코스닥에 들어왔습니다. 공모가는 1주에 1만 2,000원이었습니다. 장이 열린 지 15분 만에 그 주식은 4만 2,500원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세 배 반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는 어제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두 주 전부터 조짐이 있었습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에 상장한 와이즈플래닛컴퍼니 주가는 오전 9시 15분 기준 4만 2,500원이었습니다. 공모가 1만 2,000원 대비 254.17% 오른 값입니다. 시초가는 4만 2,750원에 형성됐고, 장중에는 4만 6,000원까지 올랐습니다. 다만 하루 내내 오른 것은 아닙니다. 고점을 찍은 뒤에는 시초가 부근에서 오르내리기를 반복했습니다. 시초가 자체가 이미 공모가의 세 배를 넘겼기 때문에, 상장 직후의 상승분은 장이 열리기 전에 대부분 결정돼 있었던 셈입니다.
시간을 2주 앞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이달 4일부터 10일까지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은 1,248대 1이었습니다. 수요예측은 공모가와 배정 물량을 정하기 위해 기관에 미리 희망 가격과 수량을 물어보는 절차입니다. 참여 물량의 99.93%가 희망 가격 범위 상단 이상(가격 미제시 포함)을 적어냈고, 공모가는 밴드 최상단인 1만 2,000원으로 확정됐습니다. 이어 14~15일 일반투자자 청약에서는 경쟁률 1,478대 1, 증거금 약 3조 5,500억 원이 집계됐습니다. 기관에서 개인으로 넘어오면서 경쟁률이 더 올라간 흐름입니다.
첫날 가격이 크게 움직인 배경으로는 물량 구조가 거론됩니다. 상장일 유통가능주식수가 전체 주식수의 약 14.4%였습니다. 100주 중 14주만 시장에서 곧바로 사고팔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나머지는 보호예수 등으로 묶여 있어 당일 매물로 나올 수 없습니다. 팔 수 있는 주식이 적은 상태에서 사겠다는 주문이 몰리면 가격은 위로 밀리기 쉽습니다. 원문 기사도 이 점이 주가 흐름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물량이 풀리는 시점에는 같은 조건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가격 얘기를 잠깐 내려놓고 회사 자체를 보겠습니다. 와이즈플래닛컴퍼니는 2013년 설립된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소비재 브랜드를 발굴하고 키우는 일을 합니다. 필터 샤워기 닥터피엘, 침구 브랜드 누잠, 톤업크림 아이레놀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648억 4,800만 원, 영업이익은 63억 3,700만 원이었습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로 따지면 약 9.8% 수준입니다. 수천 대 1의 경쟁률이 붙은 회사의 실제 규모는 이 정도입니다.
회사는 상장을 계기로 네 가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워터케어 시장에 맞춘 현지 특화 제품 개발, 아마존과 자사몰을 통한 소비자 직접판매(D2C) 채널 구축, 닥터피엘·누잠 라인업 확장, 아이레놀·채식주의·시티파이 신제품 출시입니다. D2C는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고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방식입니다. 모두 회사가 제시한 계획이며, 성과가 확인된 실적은 아닙니다. 다음에 볼 숫자는 첫날 주가가 아니라, 이 계획이 매출로 들어오는 시점의 분기 실적입니다.
이 회사는 1주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 우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반청약 참여자와 상장 후 매수한 신규 주주가 대상입니다. 주주 인증을 마치면 닥터피엘과 누잠 공식 온라인몰에서 쓸 수 있는 20% 할인 쿠폰이 발급됩니다. 발급 경로는 두 가지입니다. 상장 주관사인 대신증권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의 주주우대 서비스 메뉴에서 실시간 인증을 하거나, 일부 증권사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보유 주식을 인증하면 됩니다. 어제 오전 9시 15분의 254%는 지나간 숫자입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쿠폰의 발급 경로와,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85.6%의 물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