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표단이 1명만 남기고 나간 날, 같은 곳에서 3시간 협상이 있었습니다 🚪 UN총회장에서 이란 대표단이 일제히 일어섰습니다. 실무급 대표부 직원 1명만 남고 전원 퇴장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단에서 "전멸"과 "지옥"을 입에 올린 직후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미국과 이란의 실무 협상단은 3시간 동안 마주 앉았습니다. 위협과 협상이 하루 안에 같이 벌어진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뉴욕 UN본부에서 열린 UN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 연사로 나섰습니다. 그는 "이란과 합의해 그들이 국가를 재건하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신속히 전멸시킬 것인가"라며 "생존의 기회도, 미래의 번영도, 후손에 대한 희망도 없이 그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을 것인가"라고 말했습니다. 합의 아니면 멸망,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뜻이었습니다. 이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며 모든 국가가 이란에 대한 전면적 경제 고립에 나서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각국 정상이 앉은 자리에서 특정 국가를 향해 이런 표현을 쓰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이날 쿠바 대표단도 "완전히 실패한 국가"라는 평가가 나온 뒤 회의장을 떠났습니다.
이날 연설은 38분간 진행됐습니다. 지난해 9월 23일 연설(57분)보다 19분 짧았고, 그중 상당 시간이 이란에 할애됐습니다. 시장은 이 연설을 전쟁 확대 신호로 읽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1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1.1% 내린 배럴당 99.25달러에 마감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 10월물도 1.2% 하락한 배럴당 94.59달러였습니다. 브렌트유가 10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이달 8일(97.92달러) 이후 처음입니다. 말은 강경했지만, 가격은 외교적 해결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뒀습니다.
실질적인 움직임도 포착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 중 취재진에게 "3시간 동안 이어진 이란과의 회담이 아주 잘 됐다"며 "아주 가까운 시일 안에 추가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란 국영 IRIB방송에 따르면 미국 측은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중동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이란 측은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부 장관이 참석했습니다. 로이터통신과 교도통신은 이란이 미국의 군사적 압박 완화를 조건으로 7일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겠다고 뉴욕에서 중재국을 통해 제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물길로, 전 세계 원유 수송이 지나는 통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위급은 아니지만 좋은 구상들이 많이 나왔다"고 했습니다.
이번 연설에는 빠진 이름이 많았습니다. 이란 전쟁의 최대 협력국인 이스라엘은 "10·7 테러 3주년"을 짚을 때 한 번만 등장했습니다. 가자지구 재건 평화위원회에 기여한 10여 개국에 감사를 표할 때도 이스라엘은 거명되지 않았습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별도 회담도 열지 않기로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네타냐후 총리가 뉴욕에 도착하기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러 워싱턴DC로 떠납니다. 북한 언급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없었습니다. 대신 UN을 향해 "선출된 적도 없는 관료들의 극좌 의제를 주권 국가에 강요해선 안 된다"고 했고, 국제형사재판소는 "통제 불능의 불량 기관"이라며 회원국 탈퇴를 촉구했습니다. 인공지능은 "슈퍼지능(SI)"으로 부르겠다며 국제적 통제 시도를 거부했습니다. 덴마크·그린란드 총리와는 미군 기지 두 곳 건설을 담은 3자 안보협정도 맺었습니다.
이란은 공개적으로 강경했습니다. 이란군 총참모부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중앙사령부는 같은 날 공동 성명에서 "적대적 발언과 반복된 위협은 사실관계에 근거하기보다 철저히 국내 선전용 도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출국 전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이란 국민이 겪은 부당함과 자행된 범죄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란 당국자는 이번 총회를 계기로 한 양국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협상단 구성이 그대로이고 해협을 둘러싼 힘의 균형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 인근을 장악해 원유 공급 불확실성은 더 커졌습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북부 거점인 게슘섬에서는 23일에도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낙관론을 펴는 트럼프 대통령조차 시한은 뒤로 미뤘습니다. 그는 "선거 직후 합의가 성사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습니다. 중간선거가 협상 동력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기름값입니다. 미국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이달 19일 기준 갤런(약 3.79ℓ)당 6.5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1년 전 3.71달러와 비교하면 70% 넘게 오른 수준으로, 공화당에는 대형 악재로 분류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의 경유 수출 금지 제안에 "나도 그걸 요구했다"고 동조했고,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전면 금지나 부분 금지가 효과가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버넘 영국 총리는 회담 후 "해협을 개방하는 데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지원 요청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확정된 것은 두 가지뿐입니다. 3시간의 실무 협의가 있었고, 추가 회담이 예정돼 있다는 것입니다. 합의문도, 정상회담 일정도 없습니다. 앞으로 볼 지표는 세 개입니다. 이란이 제시한 7일 시한 안에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열리는지, 브렌트유가 100달러선 아래에 머무는지, 추가 회담에 최고위급이 나오는지입니다. 연설장에서 이란 대표단이 1명만 남기고 나간 그날, 같은 도시에서 협상단은 3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 간극이 좁혀지는지가 유가와 기름값을 좌우할 전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