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로 시작한 한호산업, 도면을 직접 그려 10년 안에 1조를 하겠다고? 🔨 이달 말, 한호산업이 완성차 업체와 함께 개발 중인 감속기 시제품이 실제 차량에 장착됩니다. 테스트 기간은 약 1년입니다. 고객사가 건넨 도면대로 부품을 만들어온 회사가, 이번에는 개발 단계부터 들어간 부품을 차에 달아보는 겁니다. 강동한 한호산업 대표는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한국단조공업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10년 안에 설계 역량을 기반으로 매출 1조 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 이달 말, 시제품이 실제 차에 올라갑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22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강 대표가 밝힌 내용입니다. 한호산업은 현재 완성차 업체와 감속기 시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습니다. 감속기는 모터의 회전 속도를 낮추고 힘을 키워 전달하는 부품입니다. 전기차부터 로봇까지 모터가 들어가는 곳이면 함께 들어갑니다. 이 시제품은 이달 말 실제 차량에 장착돼 약 1년간 테스트를 받습니다. 부품사가 도면을 받는 쪽이 아니라 그리는 쪽에 서보는 첫 시험대입니다.
◾ 27년 동안 판을 두 번 갈았습니다
강 대표는 1999년 경주 공장을 세우며 단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단조는 금속 소재를 누르고 두드려 모양을 만드는 공정입니다. 자동차 부품의 가장 앞단, 소재 영역입니다. 창업 초기인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 기업으로 수출길을 넓혔고, 2013년에는 약 1,000억 원을 들여 경북 영천에 가공공장을 세웠습니다. 소재만 만들던 회사가 깎고 다듬는 단계까지 끌어안은 겁니다. 그리고 지금 세 번째로 붙잡은 것이 설계입니다. 인터뷰 시점 기준으로 회사를 이끈 기간은 28년 가까이 됩니다.
◾ 도면을 그려야 값이 붙습니다
강 대표는 두 번째 전환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단조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소재와 가공, 조립을 한 회사에서 담당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는 겁니다. 설계도 같은 논리의 연장선입니다. 받은 도면대로 만드는 회사는 단가 경쟁에 놓이지만,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면 부품 여러 개를 묶은 덩어리 단위로 공급할 수 있습니다. 한호산업은 경북 경산 연구개발센터를 중심으로 자체 설계 역량을 키우고 있습니다. 강 대표는 "국내 자동차 부품사 가운데 자체 설계 역량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 그런데 설계할 사람이 안 구해집니다
전략은 서 있지만 사람이 문제입니다. 설계 인력 확보는 중견·중소 부품사에 여전히 큰 과제입니다. 대기업과 같은 인재를 두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강 대표도 이 지점을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설계 인력을 구하는 게 굉장히 어렵고 대기업으로 인력이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자체 설계팀을 운영하면서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000억 원을 들여 공장을 세우는 일보다, 도면을 그릴 사람을 붙잡아두는 일이 더 어려운 셈입니다.
◾ 중국은 이제 가격만 싸지 않습니다
강 대표가 계속 판을 바꾸는 배경에는 위기감이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뿐 아니라 품질 경쟁력까지 빠르게 높이고 있어, 기존 사업에 머물러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지금 상황에 대한 그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미중 경쟁으로 우리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한다. 이 기간에 제품을 다양화하고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28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어온 원동력으로도 절박함을 꼽았습니다. "수많은 창업 기업이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가운데 중소기업이 20년 넘게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부품사를 볼 때 규모나 납품처보다 먼저 확인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도면을 받는 회사인지, 그리는 회사인지입니다. 강 대표는 앞으로 자체 설계 제품을 중심으로 영업 전략을 짜고, 설계 제품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무대도 자동차 밖으로 넓힙니다. 방산에서는 무인차량 관련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고, 로봇에서는 모터와 액추에이터, 제어 기술을 결합한 핵심 부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는 영천공장에 감속기·액추에이터 생산라인을 구축해 양산 기반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그 출발점을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 이달 말입니다. 차에 올라간 감속기 시제품이 1년 뒤 어떤 성적표를 받아오는지가 첫 단서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