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 공실률 4.5%가 올랐는데, 이걸 침체로 안 보는 이유 🧱 “성수가 신흥 상권에서 힙한 상권, 명동급의 메인 상권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남신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리테일임차자문팀 이사의 말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성수에서 비어 있는 가게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2026년 2분기 성수 상권의 평균 공실률은 4.5%. 직전 분기보다 0.7%포인트 높은 수치입니다. 상권이 식은 걸까요. 성수에서 일어난 일은 그 반대에 가까웠습니다.
◾ 빈 가게가 늘었는데, 침체가 아니라는 말
9월 26일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가 낸 보고서에 담긴 숫자입니다. 2026년 2분기 성수 평균 공실률 4.5%, 전 분기 대비 0.7%포인트 상승. 보고서는 이를 상권 침체가 아니라 임대차 시장의 질적 체질 개선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 지표 변동으로 해석했습니다. 체질이 바뀐다는 건 이런 뜻입니다. 몇 주만 열고 접는 단기 팝업스토어 대신, 브랜드가 자기 세계관과 고객 경험을 오래 보여주는 대형 상설 매장이 들어차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매장을 플래그십 스토어라고 부릅니다. 짧게 쓰던 자리가 길게 쓰는 자리로 넘어가는 사이, 공실은 잠깐 생깁니다.
◾ 올해만 해도 새 매장이 줄줄이 열렸다
2025년 성수에는 프라다 뷰티, 티르티르, 로우 클래식, 아디다스가 매장을 열었습니다. 2026년에는 속도가 더 붙었습니다. 6월 ‘올리브영 뷰티맨션’, 7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섭듀드’, 9월 ‘입생로랑뷰티 부띠끄’가 차례로 문을 열었습니다. 여기에 던스트, 슈프림, 24/7 시리즈, 뉴에라도 올해 성수에 매장을 냈습니다. 쿠시먼은 “글로벌 및 국내 브랜드들이 성수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이후 정식 매장 및 플래그십으로 확장하는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시험용으로 들어왔다가 아예 살림을 차리는 흐름입니다.
◾ 외국인 방문객이 1년에 82% 늘었다
쿠시먼이 꼽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방문객입니다. 2025년 성수를 찾은 외국인 수는 2024년보다 82% 늘었습니다. MZ세대 상권을 넘어 관광 동선에 올라탔다는 뜻입니다. 둘째, 소셜미디어입니다. 성수가 언급된 건수는 2023년 13만 4,000건에서 2024년 15만 9,000건으로 늘었습니다. 매장 하나를 열면 그 자체가 콘텐츠로 퍼지는 구조입니다. 브랜드가 임대차 계약 기간을 늘려 잡는 판단의 근거가 이 두 숫자입니다.
◾ 가로수길과 성수가 갈린 지점
성수의 또 다른 조건은 지도 모양입니다. 골목이 촘촘해서 상권이 한 거리에 갇히지 않습니다. 중심 임대료가 오르면 매장과 방문객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은 인접 골목으로 옮겨 가고, 거기서 다시 상권이 만들어집니다. 가로수길은 달랐습니다. 핵심 거리의 임대료 상승과 주요 점포 이탈이 맞물리면서 상권이 빠르게 위축됐습니다. 성수는 연무장길을 넘어 이면 골목으로 계속 넓어질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 구조가 젠트리피케이션의 충격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 로컬 식당은 떠나고, 팝업도 떠났다
그렇다고 밀려나는 가게가 없는 건 아닙니다. 남신구 이사는 “보세에서 패션 법인, 글로벌 등으로 브랜드가 교체되고 이 과정에서 로컬 식당 등이 성수를 떠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성수는 골목이 굉장히 많고 중심이 아닌 이면 쪽은 아직 임대료도 높지 않아 매장이 이동할 수 있는 곳이 많다”는 점에서 공실이 급증한 다른 상권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팝업은 아예 동네를 옮겼습니다. 스위트스팟이 2026년 상반기에 열린 팝업스토어 1,799건을 분석한 결과, 성동구 비중은 1년 전 34.9%에서 26.0%로 낮아졌습니다. 반면 용산구는 5.4%에서 9.2%로, 송파구는 7.9%에서 9.6%로 올랐습니다. 아이파크몰 용산점과 잠실 롯데월드몰이 새 팝업 명소로 떠오른 결과입니다.
◾ 팝업은 임대인에게도 편한 손님이 아니었다
팝업의 임대료는 정식 임대차보다 높습니다. 그런데도 건물주가 반드시 반기는 건 아닙니다. 남 이사는 “새로운 임차인을 계속해서 받아야 하고 공사나 철거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임대인 측면에서 다소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비자 쪽 변화도 겹쳤습니다. 남 이사는 “성수에서의 팝업을 다소 식상하게 느끼는 소비자들도 등장하면서 팝업이 열리는 곳도 다변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팝업을 밀어낸 힘이 성수 밖에만 있었던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성수에 가는 목적에 따라 동선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오래 열어두는 브랜드 매장을 보러 간다면 연무장길과 그 주변이고, 짧게 열고 닫는 팝업을 보러 간다면 아이파크몰 용산점이나 잠실 롯데월드몰 쪽 확률이 올해 들어 높아졌습니다. 2026년 상반기 팝업 1,799건 중 성동구 몫은 넷 중 하나(26.0%)로 줄었습니다. 그리고 성수 안에서도 연무장길만 보면 절반을 놓칩니다. 문을 닫은 자리 몇 개가 눈에 걸린다면, 그건 이 상권이 짧은 세입자에서 긴 세입자로 손을 바꿔 잡는 중이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새로 생긴 가게는 대개 한 골목 안쪽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