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중계점 한 곳에 붙은 예상 매각대금이 1,586억 원입니다. 경기하남점 840억 원, 경북 경산점 811억 원, 고양터미널점 768억 원. 2026년 9월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내놓은 폐점 점포 부동산 19곳에는 이렇게 가격표가 붙었습니다. 문을 닫은 매장에는 값이 매겨졌는데, 아직 손님을 받고 있는 67개 점포는 값을 받기가 더 어렵습니다.
◾ 계약서에 도장이 찍힌 건 3곳뿐입니다
법원에서 회생 계획안 인가를 받은 홈플러스가 새 주인 찾기에 들어갔습니다. 2026년 9월 26일 IB 업계에 따르면 매각 대상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온라인사업부문을 포함한 영업 중인 67개 점포의 영업권, 다른 하나는 이미 문을 닫은 점포 19곳의 부동산입니다. 홈플러스는 2028년 2월까지 전국 23곳의 자가점포를 처분할 계획입니다. 이 가운데 유성점·동광주점·서면점 3곳은 매매계약이 체결됐고, 야탑점은 매각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남은 19개 중 수도권 물건은 7개로, 서울 노원구와 경기 남양주·하남·고양·안양에 있습니다.
◾ 10년 전에도 같은 장면이 있었습니다
대형마트 부지가 팔린 전례는 이미 있습니다. MBK파트너스는 2016년 동대문점을 포함한 5개 점포를 7,250억 원에 매각했습니다. 그 동대문점은 지금 시행사 더미래가 용적률 700%대를 적용받아 지상 49층, 417가구 규모의 주거복합시설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마트가 있던 자리가 10년 만에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섞인 고층 건물로 바뀌는 셈입니다. 반대편 흐름도 뚜렷합니다. 이마트는 할인점 점포 수를 2020년 160개에서 2025년 말 기준 133개까지 줄였습니다. 부동산은 값이 오르고, 마트 영업은 몸집을 줄여온 5년입니다.
◾ 디벨로퍼가 보는 건 야외 주차장입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대형마트 부지는 선호도가 높은 매물로 꼽힙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지하철 역세권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자리에 있고, 부지가 넓어 개발 이익이 크다는 판단입니다. 특히 건물 밖에 넓은 주차장을 두고 있는 점포가 많다는 점이 개발업체들의 관심을 끕니다. 건물을 헐고 새로 짓는 것보다, 비어 있는 땅을 함께 쓸 수 있을 때 설계 여지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중에서도 홈플러스 부지는 야외 주차장을 포함하고 있는 곳이 많아 디벨로퍼들의 관심이 높다"며 "금액만 합리적으로 책정하면 대부분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정작 어려운 쪽은 문이 열려 있는 점포입니다
문제는 영업 중인 67개 점포입니다. 홈플러스는 이 67개와 온라인사업부문을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한 번에 넘길 예정입니다. 점포와 인력, 계약관계까지 사업 운영 전체를 통째로 인수하는 방식입니다.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국내외 인수 후보군에 투자 안내문을 발송했고, 매각가는 2조 원대로 예상됩니다. 유력 후보로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같은 경쟁사가 거론되지만,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침체한 만큼 인수 여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 공세에 점포 수 경쟁이 무의미해진 만큼 홈플러스 인수에 무리하게 뛰어들 요인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빠른 배송이 필요한 기업들이 거론됩니다
그래서 다른 후보군이 언급됩니다. 쿠팡, 배달의민족, CJ올리브영 같은 e커머스 업체들입니다. 매장을 폐업한 뒤 그 자리를 도심형 물류센터로 쓸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도심형 물류센터는 빠른 배송을 위해 소비자가 몰려 있는 지역 안에 두는 소규모 배송 거점입니다. 배달의민족은 2019년 B마트를 시작한 뒤 이 거점을 전국 80여 개로 늘렸고, CJ올리브영도 26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비용 부담이 큰 만큼 67개 점포 영업권을 한 번에 인수하기는 무리라는 평가가 함께 나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영업 중인 67개 점포는 성격이 갈립니다. 임대차 계약을 맺은 곳이 26개, 회사가 건물과 땅을 직접 가진 자가점포가 41곳입니다. IB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임차 매장의 영업을 순차적으로 종료해 몸집을 먼저 줄이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가점포 41곳은 부동산을 팔아 현금으로 바꿀 수 있어 인수 후보군이 그만큼 넓어집니다. IB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홈플러스 운영 정상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유통업체가 인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결국 부동산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계점에 붙은 1,586억 원이라는 숫자가 말해주는 건, 이 거래에서 먼저 값이 정해지는 쪽이 마트가 아니라 땅이라는 사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