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사 50개에서 2,900개가 됐는데, 10년째 같은 말을 합니다 🧱 "시장을 한 번 빼앗기고 나면 규제 해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2026년 9월 18일 제주 한경면,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창립 10주년 기념 행사장에서 김재원 의장이 취재진에게 한 말입니다. 코스포는 10년 전 50여 개 스타트업이 모여 만든 협의체였습니다. 지금 회원사는 2,900개를 넘습니다. 단체 규모는 이렇게 커졌는데, 행사장에서 나온 요구는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 빼앗긴 시장은 돌아오지 않는다
18일 제주에서 열린 코스포 창립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김재원 의장 겸 엘리스그룹 대표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길러내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국경 없는 경쟁이 신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본격화했다는 진단입니다. 그가 강조한 건 규제를 푸는 '순서'였습니다. 새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규제를 선제적으로 풀어내는 것도 정부와 국회의 핵심 성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미 해외 기업에 시장을 내준 뒤에 규제를 풀어도 남는 게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 50여 개로 시작해 2,900개가 됐습니다
코스포는 2016년 50여 개 스타트업이 모여 출범했습니다. 현재는 회원사 2,900개 이상을 보유한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입니다. 김 의장은 올해 2월 5대 의장으로 취임했습니다. 문제는 그 10년 동안 목소리의 내용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스타트업이 한목소리로 규제 개선을 요구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규제가 여전히 최대 걸림돌로 꼽힙니다. 회원사 수가 늘어난 속도와 제도가 바뀐 속도가 따로 움직인 셈입니다.
◾ 데이터 앞에서 진흥은 뒤로 밀립니다
김 의장은 규제가 풀리지 않는 지점을 두 가지로 짚었습니다. 첫째는 데이터입니다. "AI, 자율주행, 원격의료 같은 신산업의 데이터 활용만 보더라도 산업 진흥보다는 개인정보 보호 관점이 우선시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둘째는 근로시간입니다. 주 52시간제를 두고는 "유연성이 생명인 스타트업 환경엔 적합하지 않은 획일적 규제"라고 말했습니다. 코스포는 정부의 규제 개선 성과를 점검하기 위해 규제샌드박스의 실효성을 평가하는 작업도 진행할 방침입니다. 규제샌드박스는 신산업 분야에서 기존 규제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거나 유예해 사업 실증을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제도가 있다는 것과 작동한다는 것은 다르다는 문제 제기입니다.
◾ 비상장은 좋아졌는데, 그다음이 없습니다
규제만 걸림돌은 아닙니다. 김 의장은 정부가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비상장 상태에서 스타트업을 하기는 좋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단계를 문제로 지목했습니다. "코스닥 같은 회수 시장이 탄탄해야 투자자들도, 인재들도 스타트업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코스닥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비상장 단계의 거품만 키울 수 있어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기업공개(IPO)뿐 아니라 인수합병(M&A) 등으로 회수 수단을 다각화하고, 코스닥으로 장기 기관투자가가 들어올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 첫 고객이 되어달라는 요청
정부의 역할로는 '첫 고객'을 꼽았습니다. "스타트업이 0에서 1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레퍼런스"라며, 시장에서 첫 사용 고객이 되어주면 그렇게 쌓인 실적이 해외나 민간 시장에 나갈 때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의장이 대표로 있는 엘리스그룹도 정부 대상 GPU 임차 사업 등 공공 부문 레퍼런스를 발판 삼아 몸집을 키운 회사입니다.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제안이라는 뜻입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스톡옵션 세제 혜택의 현재 한도입니다. 현행법상 비상장 벤처기업 임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얻은 이익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한도는 연간 2억 원, 누적 5억 원까지입니다. 이 한도를 넘는 이익에는 소득세가 붙습니다. 김 의장은 "AI 덕에 인재 한 명이 창출할 수 있는 가치는 훨씬 커졌지만 스타트업의 유일한 인재 유인책이라 할 수 있는 스톡옵션은 세제 혜택 한도가 5억 원으로 제한적"이라며 "격변하는 시대에 이 정도 혜택이 충분한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주에서 나온 문장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시장을 빼앗긴 뒤의 규제 해소는 의미가 없다는 말. 10주년 행사의 결론은 축하가 아니라, 같은 요구를 11년째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먼저 할 것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