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100억 달러, 농수산식품 수출이 CPTPP 논쟁을 흔듭니다 🍚 CPTPP 가입 논의에서 농어업은 늘 '피해자' 자리에 놓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한국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9월 14일에 이미 1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역대 최단 기록입니다. 산업통상부가 9월 28일 내놓은 숫자를 보면, 농수산 분야 생산 감소액은 연평균 약 8,500억 원. 같은 기간 제조업 생산 유발 효과는 최대 6조 7,000억 원, 7.9배입니다. 이 두 숫자를 나란히 놓는 순간, 논쟁의 성격이 바뀝니다.
◾ 7.9배라는 숫자는 같은 방식으로 계산된 게 아니다
2026년 9월 28일 산업통상부가 공개한 경제적 영향 분석 잠정 결과에 따르면, CPTPP 가입 후 15년간 제조업 분야 생산 유발 효과는 연평균 최대 6조 7,000억 원입니다. 농수산 분야 생산 감소액은 약 8,500억 원. 단순 비교하면 7.9배 차이입니다. 그런데 수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숫자의 계산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제조업 수치는 관세 양허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생산 감소와 증가를 모두 합친 '순증' 개념입니다. 반면 농수산업 수치는 수입이 국내 생산을 대체하면서 줄어드는 국내 판매만 따진 결과입니다. 농수산 쪽의 증가 요인은 애초에 계산에 안 들어간 셈입니다.
◾ 이미 수출액이 미국·중국보다 큰 시장입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다자 협정입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가입국이 세계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입니다. 교역 규모를 보면 체감이 더 확실합니다. 2025년 기준 한국의 CPTPP 가입국 수출 규모는 1,648억 달러입니다. 같은 해 대미국 수출은 1,229억 달러, 대중국 수출은 1,308억 달러였습니다. 우리가 '2대 시장'이라 부르는 미국과 중국, 각각보다 CPTPP 권역 수출이 더 큽니다.
◾ 멕시코에서는 이미 관세 50%를 맞았습니다
현재 CPTPP 가입국 중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은 곳은 일본과 멕시코, 두 곳뿐입니다. 그래서 가입은 사실상 이 두 나라와의 시장 개방 문제입니다. 멕시코는 한국 기업이 남·북미 시장으로 나가는 교두보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멕시코 정부는 2025년 FTA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부품 등의 관세를 최대 50%까지 올렸습니다. 현지에 나간 한국 기업들이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FTA가 없으면 이런 조치를 그대로 맞게 됩니다. 일본에 대한 평가는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제조업 시장을 열면 국내 산업 피해가 막심하다는 분석이 우세했지만, 지금은 소재·부품·장비나 금융·관광 같은 서비스산업에서 양국이 함께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갔습니다.
◾ 개방 수준을 한 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
CPTPP는 상품·서비스 무역만 다루는 협정이 아닙니다. 디지털 통상, 공정 무역, 노동 및 환경 요건까지 30개 장에 걸쳐 통상 의제를 규율합니다. 이미 FTA를 맺은 나라들과도 별도의 개선 협상 없이 단번에 개방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CPTPP 가입국의 평균 관세 양허율은 2025년 말 기준 93.6%입니다. 관세 양허율은 전체 품목 중 관세를 내리거나 없애기로 합의한 품목의 비율을 말합니다. 최종 이행 시점에는 98.8%까지 올라갈 전망입니다. 다자 무역협정 가운데 개방도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 12개국 전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CPTPP는 기존 가입국 전원이 찬성해야 새 회원을 받습니다. 한국은 지금도 12개 국가와 관세 양허 조건을 협의한 뒤 동의를 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중국 등 다른 나라가 먼저 회원 자격을 얻으면 장벽이 더 높아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최근 CPTPP 사무국 유치를 추진하며 협정의 영향력이 커지기를 바라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래서 "CPTPP 가입 문제에서도 일본과 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시기"라는 설명입니다.
◾ "기회 요인도 있다"는 말의 근거
데버라 엘름스 힌리히재단 무역정책총괄은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포럼에서 "한국에는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보다 CPTPP나 미래투자·무역파트너십처럼 이미 작동하는 협력 구조를 '선택적 파트너십'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농어업 쪽에서도 다른 시각이 나옵니다. 한식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관세율이 낮아지면 한국산 농수산물 수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은 맞다"면서도 "기회 요인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7.9배라는 숫자를 볼 때는 계산 방식을 함께 봐야 합니다. 제조업은 늘어나는 것과 줄어드는 것을 합친 순증이고, 농수산업은 줄어드는 것만 따진 값입니다. 앞으로 나올 최종 분석에서 농수산 분야의 수출 증가 효과가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관건입니다. 그리고 9월 14일에 100억 달러를 넘긴 농수산식품 수출 기록은, 이 산업이 방어만 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논의가 '얼마나 잃는가'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로 옮겨갈 여지가 여기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