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쉬는 동안, 국고채 3년물이 3년 10개월 만의 최고치로 올라섰습니다 🏖️ 9월 28일 서울 채권시장.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4.119%에 마감했습니다. 하루 만에 0.113%포인트가 올랐습니다. 2022년 11월 8일 이후 처음으로 4.1% 선을 넘어선 수치입니다. 3년 10개월 만입니다.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은 1365원대로 올라섰습니다. 시장이 문을 닫고 있던 추석 연휴 동안, 바다 건너에서 숫자가 움직였습니다.
◾ 3년물만 오른 게 아니다
이날 오른 건 3년물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5년물 금리는 0.125%포인트 오른 4.345%, 10년물 금리는 0.147%포인트 오른 4.539%를 기록했습니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상승폭이 더 컸습니다. 국고채 금리는 정부가 돈을 빌릴 때 내는 이자율이고, 은행 대출금리와 채권형 상품 수익률이 여기에 연동됩니다. 3년물·5년물·10년물이 동시에, 그리고 비슷한 폭으로 올랐다는 건 특정 만기의 수급 문제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 연휴 동안 미국에서 벌어진 일
추석 연휴 기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5.2%를 넘어섰습니다.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30년물은 5.5%를 넘어서며 2004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20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입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 예상보다 견조한 성장세, 10월 연속 금리 인상 가능성이 겹친 결과로 풀이됩니다. 국내 시장은 연휴로 닫혀 있었고, 28일 문을 여는 순간 그 며칠간의 변화를 한꺼번에 반영했습니다.
◾ 외국인이 선물을 팔았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국내 금리가 따라 오르는 통로는 실제로 무엇일까요. 한 증권사 채권 운용역은 "미 국채 금리 급등 이후 외국인이 국채 선물을 매도해 국고채 금리도 큰 폭으로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채권 수익률이 5%를 넘으면 한국 채권을 들고 있을 이유가 줄어듭니다. 국채를 파는 쪽이 늘면 가격이 내려가고,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니 금리는 올라갑니다. 연휴 사이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 국내 금리로 옮겨온 경로입니다.
◾ 환율은 오르지 않을 이유가 있었다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은 15시 30분 기준 1365.10원. 전 거래일 같은 시각보다 7.6원 올랐고, 장중에는 1365.50원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이날 환율에는 상승을 막는 재료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분기 말이라 수출업체가 받은 외화를 원화로 바꾸려고 내놓는 달러 매도 물량, 이른바 네고 물량이 나왔습니다. 달러 공급이 늘면 환율은 내려갑니다. 실제로 장 초반 환율은 1355원대까지 밀렸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3조 원가량을 순매도하면서 오후에 방향이 뒤집혔습니다. 주식을 팔아 원화를 받은 외국인이 그 돈을 달러로 바꿔 나가면 달러 수요가 늘어납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도 101선을 넘어섰습니다.
◾ 한국은행은 무엇을 보고 있나
이날 한국은행은 권민수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었습니다. 회의에서 점검한 변수는 세 가지였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 향방, 주요국 재정건전성 우려, 그리고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기대 변화입니다. 한은은 이들 요인에 따라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면밀히 살피기로 했습니다. 금리와 환율 얘기를 하는 자리에서 중동 정세와 AI 기대감이 함께 올랐다는 건, 이번 움직임의 출발점이 국내 요인이 아니었다는 판단으로 읽힙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국고채 금리는 대출금리와 채권형 상품 수익률로 이어집니다. 3년물이 4.1%를 넘었다는 건 변동금리 대출을 쓰는 쪽에는 이자 부담이, 채권에 새로 돈을 넣는 쪽에는 더 높은 수익률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날 움직임은 국내 정책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연휴 사이 미국 금리가 20년 만의 최고치로 오른 결과를 한꺼번에 반영한 것입니다. 한은이 짚은 세 변수가 어떻게 흘러가는지가 다음 국면을 가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