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6조 원 얻고, 농업은 7,100억 원 잃습니다 🚜 2026년 9월 28일, 산업통상부가 숫자 두 개를 나란히 내놓았습니다. 하나는 연평균 6조 3,000억~6조 7,000억 원, 다른 하나는 연평균 8,523억 원. 앞의 것은 제조업이 얻는 생산 유발 효과이고, 뒤의 것은 농림수산업이 잃는 생산액입니다. 같은 협정에 가입할 때 한쪽에서는 돈이 늘고, 다른 쪽에서는 돈이 줄어든다는 계산입니다. 정부는 이 두 숫자를 하나의 자료로 묶어 발표했습니다.
◾ 10년 뒤 GDP가 0.38%포인트 더 오른다
산업통상부는 28일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CPTPP 가입 관련 경제적 영향 분석 잠정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CPTPP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줄임말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 자유무역협정입니다. 한국은 아직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이 잠정 분석의 핵심 수치는 0.38%포인트입니다. 한국이 CPTPP에 가입하면 10년 뒤 실질 국내총생산이 가입하지 않았을 때보다 0.38%포인트 더 오른다는 정부 추산입니다. 가입 여부에 따라 갈라지는 두 경로를 비교한 수치입니다.
◾ 제조업 쪽 숫자는 15년을 기준으로 잡았다
GDP 추산은 10년 뒤를 봤지만, 산업별 효과는 15년을 기준으로 계산했습니다. 협정 발효 후 15년간 각 제조업 품목의 전후방 연관 산업에서 발생하는 생산 유발 효과가 연평균 6조 3,000억~6조 7,000억 원이라는 전망입니다. 생산 유발 효과는 어떤 산업의 생산이 늘 때 그 산업에 부품을 대는 쪽과 그 산업의 제품을 받아 쓰는 쪽에서 추가로 일어나는 생산 증가분을 뜻합니다. 완성품 공장 한 곳의 매출만 세는 것이 아니라, 그 공장에 소재를 납품하는 회사까지 함께 계산한 숫자입니다.
◾ 이 중 중소기업 몫이 1조 원대다
6조 원대 생산 증가분 전체가 대기업으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 분석에서 중소기업이 누리는 생산 증가분만 따로 떼어낸 금액은 15년간 연평균 1조 1,000억~1조 2,000억 원입니다. 전체 제조업 증가분의 5분의 1 안쪽입니다. 정부가 이 항목을 따로 집계해 공개한 것은, 통상 협정의 이익이 큰 기업에만 돌아간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수치 역시 확정치가 아니라 잠정 분석 결과입니다.
◾ 농업이 7,100억 원, 수산업이 817억 원, 임업이 606억 원
같은 자료에는 줄어드는 쪽 숫자도 들어 있습니다. CPTPP 가입으로 발생하는 농림수산업 생산액 감소분은 15년간 연평균 8,523억 원입니다. 이를 분야별로 나누면 농업 7,100억 원, 수산업 817억 원, 임업 606억 원입니다. 감소분의 8할이 농업 한 분야에 몰려 있습니다. 제조업 증가분과 농림수산업 감소분을 같은 15년 연평균 기준으로 놓고 비교하면, 늘어나는 쪽이 줄어드는 쪽보다 큽니다. 정부가 "거시경제 측면에서 효과도 분명하다"고 말하는 근거입니다. 다만 두 숫자의 크기를 비교하는 것과, 줄어드는 쪽의 8,523억 원이 어디로 가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 정부는 WTO 체제를 이유로 든다
정부 관계자는 발표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사실상 형해화되면서 많은 나라가 통상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CPTPP와 같은 다자 무역협정에 기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거시경제 측면에서 효과도 분명해 더 이상 가입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가입의 근거로 이익 규모만 든 것이 아니라, 기존 다자 무역 질서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상황 판단을 함께 제시한 것입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이번에 나온 것은 잠정 분석 결과입니다. 확정된 가입 결정이나 협상 결과가 아닙니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 잠정 수치가 최종 분석에서 어떻게 바뀌는지, 다른 하나는 농림수산업 감소분 8,523억 원에 대해 정부가 어떤 대책을 함께 내놓는지입니다. 발표 자료에는 제조업 6조 원대와 농림수산업 8,523억 원이 나란히 적혀 있지만, 뒤쪽 숫자를 어떻게 다룰지는 아직 적혀 있지 않습니다. 농림수산업 종사자라면 소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 관련 부처의 후속 발표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