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채링 크로스 로드, 도보 5분 안에 K뷰티 매장이 세 곳입니다 🛍️ 영국 런던 채링 크로스 로드 일대를 걸으면 모이다, 퓨어서울, 스킨큐피드가 도보 5분 안팎에 모여 있습니다. 그 주변에는 한국식 길거리음식 체인 '분식'과 식료품점 '오세요', '서울플라자'가 자리 잡았습니다. 우연히 한 블록에 몰린 게 아닙니다. "K뷰티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유럽 리테일 시장의 장기적인 구조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게 메건 허친슨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연구원의 진단입니다.
◾ 임대계약 18건, 면적으로는 5,100㎡
29일 영국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업체 LM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까지 LM이 성사시킨 K뷰티 매장 임대계약은 18건입니다. 여기에 한국 외식업체와 슈퍼마켓을 더하면 LM이 영국 주요 상권에서 중개한 한국 관련 업체의 신규 임대 면적은 5만 5,000ft², 약 5,100㎡에 이릅니다. 축구장 하나에 가까운 면적이 아홉 달 만에 한국 브랜드로 채워진 셈입니다.
◾ 한국이 진출국 명단에 처음 들어갔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콜리어스 집계를 보면 흐름이 더 분명해집니다. 올해 1월 런던에 새로 진출하려는 리테일·외식·레저 업체의 점포 수요는 25건으로, 전년 동월 12건보다 108% 늘었습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6건으로 가장 많았고 아랍에미리트가 5건, 한국이 4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한국이 주요 진출국 명단에 포함된 것은 콜리어스가 이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입니다.
◾ 온라인에서 쌓은 이름을 매장으로 옮겼다
출점의 출발점은 오프라인이 아니었습니다. 퓨어서울은 2019년 온라인몰로 시작해 런던을 거쳐 영국 주요 도시로 점포망을 넓혔습니다. 모이다도 런던 웨스트필드에 먼저 들어간 뒤 레스터스퀘어·맨체스터·배터시로 출점 지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온라인에서 브랜드를 알아보는 고객이 있으니, 매장은 새 수요를 만드는 자리가 아니라 기존 수요를 받아내는 자리가 됩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개점 초기 위험이 낮은 임차인이라는 뜻입니다.
◾ 자동차·전자 매장이 빠진 자리에 들어왔다
유럽 핵심 상권의 임차인 구성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BNP파리바 리얼에스테이트가 독일 리테일 출점을 분석한 결과 2020~2024년에는 폴스타·BYD 같은 자동차 업체와 샤오미·화웨이 같은 전자업체가 신규 임차를 주도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소비재 업체 진출이 늘고, 그 뒤를 K뷰티가 이었습니다. BNP파리바가 든 대표 사례는 모이다입니다. 모이다는 올해 5월 함부르크 핵심 쇼핑거리에 약 1,200㎡ 규모 매장을 확보했습니다. BNP파리바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리테일러가 앞으로 독일 주요 상권에서 추가 임차 수요를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 쇼핑몰이 먼저 한국 브랜드를 부른다
이제는 건물주 쪽에서 K리테일을 집객 수단으로 씁니다. 연간 약 2,200만 명이 찾는 독일 베를린의 대형 쇼핑몰 '몰 오브 베를린'에는 지난달 핀란드계 K뷰티 유통업체 '예뽀 앤 순수'가 독일 첫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습니다. 같은 쇼핑몰에는 라면·만두·한국식 프라이드치킨 같은 K푸드와 K팝 상품을 함께 파는 복합매장 'KPARC'도 입점해 있습니다. LM 측은 "퓨어서울·모이다 같은 K뷰티 매장뿐 아니라 오세요·분식 같은 푸드·외식업체들이 Z세대를 넘어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며 "한국 브랜드들은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재방문을 유도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클러스터 효과는 같은 상권에 한국 브랜드가 모여 서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상승효과를 뜻합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이 흐름은 화장품 수출 실적이 아니라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에서 확인되는 변화입니다. 뷰티가 먼저 들어가고 식품점과 외식 체인이 따라붙는 순서가 런던 채링 크로스 로드에서, 함부르크 쇼핑거리에서, 베를린 쇼핑몰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2021년 런던에서 시작한 길거리음식 체인 '분식'이 한국식 핫도그와 떡볶이·김밥·치킨·컵밥을 팔며 영국 점포를 늘리는 것도 같은 그림의 일부입니다. 유럽 출점을 검토하는 한국 브랜드라면, 상권을 새로 뚫는 비용과 이미 형성된 K리테일 클러스터에 들어가는 비용을 나란히 놓고 볼 만한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