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담합, 이번엔 과징금이 아니라 사업권을 건드립니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2026년 한 해 동안 담합 사건 5건에 결정한 과징금은 2조 4,372억 원입니다. 밀가루 7개사에 6,710억 원, 전분·전분당 4개사에 7,476억 원이 매겨졌습니다. 그런데 당정은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음 카드는 돈이 아니라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자격 자체입니다.
◾ 5년 안에 두 번이면 등록취소 요청 대상이 된다
29일 관가에 따르면, 공정위와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국회에서 '반복 담합 근절을 위한 입법 추진 당정협의회'를 열고 5개 입법과제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핵심은 사업자가 5년 이내 두 차례 이상 담합하면 공정위가 관계 부처에 영업정지나 등록취소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공정거래법에 넣는 것입니다. 대상은 석유정제 및 수출입·판매업, 여객 및 화물운송업, 소방시설업, 의약품 제조 및 수입업, 고압가스제조업, 전기공사업, 폐기물처리업 등 17개 업종입니다. 생활에 바로 닿는 업종들입니다.
◾ 과징금은 이미 올해 한 번 세졌습니다
제재 강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공정위는 올 4월 담합 과징금 부과기준율 하한을 0.5%에서 10%로 올렸습니다. 스무 배입니다. 반복 법 위반에 대한 가중 폭도 최대 100%까지 확대했습니다. 그렇게 기준을 올린 뒤 나온 결과가 위의 2조 4,372억 원입니다. 4대 은행 주택담보대출비율 정보교환 사건에 2,720억 원, 설탕 3사에 4,083억 원, 제지 6사에 3,383억 원이 각각 결정됐습니다. 과징금 기준을 세게 만든 다음, 그다음 단계로 사업권을 꺼낸 순서입니다.
◾ 자진신고해도 횟수는 지워지지 않는다
이번 개정안에서 기업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지점은 리니언시 처리입니다. 리니언시는 담합 사실을 공정위에 먼저 신고한 기업에게 과징금과 고발을 감면해 주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감면을 받더라도 그 담합 자체는 '5년 내 2회'라는 반복 횟수에 그대로 포함됩니다. 먼저 신고해 과징금을 깎았던 기업이 5년 안에 또 적발되면, 영업정지나 등록취소 요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공정위는 자진신고자에게 인정해온 시정조치 감면 혜택도 없애기로 했습니다.
◾ 추적 기간도 12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다
시간도 길어집니다. 현재 담합이 끝난 뒤 7년인 조사 개시 시한을 10년으로 늘려, 처분시효를 최대 12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합니다. 담합으로 올라간 가격을 '담합 이전의 경쟁이 회복되는 수준'으로 다시 정하도록 하는 가격재결정명령도 법에 직접 규정합니다. 여기에 공정위는 금전 제재를 넘어 지분매각이나 영업양도 같은 구조적 조치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도 별도로 추진 중입니다. 다음 달에는 경제분석국과 중점조사기획단이 출범해 대규모·복합 사건 조사 역량도 보강됩니다.
◾ 영업을 멈추면 경쟁은 늘어날까
반대 방향의 지적도 나옵니다. 홍대식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담합은 기업들 간 경쟁을 촉진해야 하는 문제인데 영업을 정지해 버리면 사실 경쟁이 줄어든다"며 "이를 통해 경쟁 회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담합이 빈번한 내수 제조업은 수익성이 높지 않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도 쉽지 않다는 점이 변수로 지적됩니다. 기존 업체의 영업을 막거나 사업 매각을 명령해도 새 경쟁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피해가 소비자와 종업원에게 돌아가고 시장 경쟁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정위 입장은 다릅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부당한 이익을 현저히 초과하는 과징금 부과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중대한 법 위반 행위를 약하게 처벌하거나 제재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이번 논의의 대상은 17개 업종입니다. 석유정제와 판매업, 여객·화물운송업처럼 기름값과 운송료에 바로 연결되는 업종이 포함돼 있습니다. 과징금은 국고로 들어가지만, 영업정지나 등록취소는 그 업종의 공급자 수를 직접 줄입니다. 앞으로 국회 논의를 볼 때 확인할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17개 업종 목록에 어떤 업종이 최종적으로 남는지, 그리고 영업정지 대상이 생겼을 때 그 자리를 채울 신규 사업자의 진입 경로가 함께 마련되는지입니다. 2조 4,372억 원의 과징금이 이미 부과된 뒤에 나온 추가 입법이라는 점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