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191포인트 빠진 날, 메리츠금융지주만 5.57% 올랐습니다 🎢 2026년 9월 28일, 코스피는 191.18포인트 떨어져 4거래일 만에 7,000선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이날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장 내내 강세를 보이다 5.57% 오른 13만 2,600원에 마감했습니다. 지수가 2.70% 빠지는 동안 혼자 반대로 움직인 셈입니다. 이유는 자회사 메리츠증권이 받은 인가 하나였습니다.
◾ 자기자본 8조가 16조 7,000억이 되는 순간
메리츠증권은 이날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돼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았습니다. 발행어음 사업은 증권사가 단기 어음을 직접 발행해 자금을 끌어오는 사업입니다. 핵심은 한도입니다. 발행어음 사업자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조달할 수 있습니다. 메리츠증권의 올 6월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8조 3,495억 원입니다. 단순 계산하면 약 16조 7,000억 원의 자금을 운용할 기반이 생긴 것입니다. 회사 규모가 하루아침에 커진 것은 아니지만, 손에 쥐고 굴릴 수 있는 돈의 크기는 두 배가 됐습니다.
◾ 이미 잘해온 분야에 돈이 붙는다
시장이 반응한 지점은 '돈이 늘었다'가 아니라 '이미 잘하던 곳에 돈이 늘었다'였습니다.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즉 건물이나 개발 사업 자체의 수익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사업과 기업금융에서 강점을 보여 왔습니다. 새 자금을 어디에 쓸지 처음부터 찾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기존에 하던 일을 더 큰 규모로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지수가 빠지는 날에도 투자 수요가 몰렸습니다.
◾ 조달액의 10%는 원하는 곳에 못 쓴다
다만 발행어음 사업자에게는 조건이 붙습니다. 조달한 금액의 10% 이상을 모험자본으로 공급해야 합니다. 모험자본은 비상장 스타트업 지분 투자나 코스닥 상장사 메자닌 투자처럼, 성공하면 크게 벌지만 실패 위험도 큰 투자를 뜻합니다. 제도가 발행어음 인가와 함께 요구하는 의무입니다. 부동산 금융에서 쌓은 경쟁력과는 성격이 다른 영역이라, 관련 역량을 따로 키워야 하는 과제가 함께 주어진 셈입니다.
◾ 하필 국채금리가 오르는 시점
같은 날 서울 채권시장에서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11.3bp 올라 연 4.119%에 마감했습니다. 1bp는 0.01%포인트입니다. 나라가 발행하는,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채권이 연 4%대 수익을 준다는 뜻입니다. 발행어음 사업자는 조달한 돈으로 이보다 나은 수익을 내야 사업이 성립합니다. 안전한 자산의 수익률이 올라가면, 그보다 위험한 자산에 투자해 안정적으로 더 벌기는 어려워집니다. 인가는 받았지만 운용 여건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 "자산을 찾아내는 작업이 중요할 것"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국채보다 리스크가 큰 자산에 투자하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아 발행어음 사업 여건이 악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부동산 금융에서 쌓아온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을 갖춘 기업금융 자산을 찾아내는 작업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인가 자체가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조달 한도가 늘어난 것은 확정된 사실이고, 그 돈으로 얼마를 벌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이날 주가가 오른 근거는 실적이 아니라 '조달 한도 확대'라는 제도 변화입니다. 확정된 것은 최대 약 16조 7,000억 원까지 조달할 수 있는 자격이고, 실제로 얼마를 조달해 어디에 넣고 얼마를 벌었는지는 앞으로 발표될 실적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조달액의 10% 이상을 모험자본으로 공급해야 하는 의무를 어떻게 소화하는지, 연 4%를 넘어선 국고채 금리 환경에서 운용 수익이 나오는지가 관전 지점입니다. 코스피가 191포인트 빠진 날 혼자 5.57% 오른 이유는 기대였고, 그 기대가 숫자로 돌아오는지는 다음 실적 발표가 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