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에 담을 게 줄어든 게 아니라, 마트가 매대를 바꿨습니다 🧺 이마트 은평점은 올해 4월 리뉴얼을 하면서 식품 공간을 매장의 57%에서 67%로 늘렸습니다. 늘어난 10%포인트만큼 줄어든 건 생활용품, 잡화 같은 비식품 매대입니다. 은평점 한 곳의 사정이 아닙니다. 이마트 양재점도, 롯데마트 의왕점도, 그랑그로서리 은평점도 같은 방향으로 매대를 옮겼습니다. 마트가 파는 물건의 목록이 조용히 바뀌고 있습니다.
◾ 리뉴얼한 매장마다 비식품이 밀려났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리뉴얼한 대형마트 매장들의 식품 비중은 일제히 올라갔습니다. 이마트 은평점은 57%에서 67%로, 양재점은 51%에서 61%로 각각 10%포인트씩 늘었습니다. 롯데마트는 더 과감합니다. 2023년 12월 리뉴얼한 그랑그로서리 은평점은 66%에서 90%까지 끌어올렸고, 2024년 5월 리뉴얼한 의왕점은 66%에서 76%로 높였습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비식품 매장을 효율화하고 식품 중심으로 매장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식품 매대 비중을 70% 이상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5년 전에도 이미 절반을 넘었지만
이 흐름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닙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대형마트 상품군별 매출 비중을 보면, 2021년 12월 기준 식품 매출 비중은 약 65%였습니다. 이후 꺾이지 않고 우상향해 올해 8월에는 74.4%를 기록했습니다. 4년 8개월 동안 약 10%포인트가 올라간 셈입니다. 매장 공간을 10%포인트씩 옮기는 리뉴얼은, 이미 매출에서 벌어진 일을 뒤늦게 진열대에 반영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 온라인에서 이기기 어려운 쪽을 포기한 결과
왜 하필 비식품이 줄어들까요. 휴지, 세제, 생활용품처럼 규격이 정해진 공산품은 온라인에서 가격만 비교하면 됩니다. 직접 만져볼 이유가 적으니 e커머스가 주도권을 가져가기 쉬웠습니다. 반대로 신선식품과 즉석조리식품은 소비자가 눈으로 보고 고르려는 수요가 남아 있습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을 비롯한 식품군은 소비자가 직접 품질을 확인하고 구매하려는 수요가 있어 여전히 대형마트가 경쟁력을 가진 분야"라며 "비식품의 경우 온라인 채널과 경쟁하기 어려워진 만큼 오프라인 채널이 가진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기기 어려운 쪽을 줄이고, 남은 쪽에 공간을 몰아주는 선택입니다.
◾ 그래도 식품 매출은 비식품의 5배로 뛰었다
공간을 몰아준 효과는 최근 수치에서도 보입니다. 추석 특수가 선반영된 올해 8월, 대형마트 전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5% 늘었습니다. 이 중 식품군은 5.4% 증가했지만, 비식품군은 1% 안팎 증가에 그쳤습니다. 명절이라 선물세트 등 비식품 수요도 함께 오를 만한 시기였는데도 격차가 5배 수준으로 벌어진 겁니다. 매대를 옮긴 쪽이 실제로 더 팔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 상권에 따라 무엇을 채울지도 달라진다
식품 비중을 늘린다고 해서 모든 매장이 같은 물건을 채우는 건 아닙니다. 이마트 은평점은 그로서리 공간을 기존보다 60평 이상 늘려 230평 규모 전문존으로 만들고, 냉장·냉동식품 존을 기존의 두 배로 확대했습니다. 델리존도 개편했습니다. 와인·위스키·전통주 수백 종을 모은 '와인앤리큐어'는 47평 규모로 키웠습니다. 양재점은 와인 수요가 높은 인근 상권 특성을 반영해 약 100평 규모의 주류·음료 통합존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같은 '식품 확대'라도 동네에 따라 채우는 품목이 갈립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앞으로 리뉴얼한 마트에 가면, 예전에 사던 비식품 품목이 사라졌거나 매대가 줄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랑그로서리 은평점처럼 식품 비중이 90%까지 올라간 매장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생활용품이나 잡화를 함께 사려고 마트에 갔다가 헛걸음하지 않으려면, 방문 전에 해당 점포가 최근 리뉴얼했는지, 어떤 유형의 매장인지 확인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은평점의 10%포인트는 단순한 면적 조정이 아니라, 마트가 무엇으로 승부할지 정한 결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