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드러난 청구서, 홈플러스와 사모펀드의 명암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유통업계 전체를 흔들었다. 전국 100곳이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회사인 만큼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는데, 신용평가사들이 회사의 기업어음 등급을 낮춘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법원이 회생절차 신청을 승인했고, 이후 주요 채권은행들이 어음을 부도 처리하면서 위기는 순식간에 확산됐다.
사태의 여파는 곧바로 협력업체와 소비자에게 번졌다. 상품권 판매가 중단되고 일부 벤더의 납품이 끊기는 등 현장의 혼란이 이어졌고, 은행들이 피해 협력업체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사이 회사 측은 밀린 상거래채권 일부를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국회까지 이 사안을 두고 긴급 현안질의에 나설 만큼, 단순한 한 기업의 위기를 넘어선 사회적 문제로 번졌다.
이번 사태가 특히 논란이 된 이유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모펀드의 그간 행보 때문이다. 이 사모펀드는 9년 전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상당액을 부동산 담보 대출과 전환우선주로 조달했는데, 이 중 일부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자금이었다. 이후 부채 상환을 위해 우량 입지의 점포들을 잇달아 매각했고, 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러 점포가 문을 닫고 상당수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문제는 이런 자산 매각이 회사의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매출은 인수 당시보다 눈에 띄게 줄었고, 영업이익은 한동안 흑자를 유지하다 결국 적자로 전환됐으며, 부채비율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치솟았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와 쿠팡 같은 이커머스의 급성장이 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미쳤지만, 정작 사업 전략을 바꾸는 대신 자산 매각과 배당 회수에 집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방식은 사모펀드 산업 전반에 대한 오래된 논쟁을 다시 소환한다. 사모펀드는 원래 저평가되거나 경영난에 처한 기업을 인수해 운영과 지배구조를 개선한 뒤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구조를 지향한다. 하지만 일부는 경영 개선보다 자산을 뽑아내는 방식을 택해 '기업 사냥'이라는 비판을 받는데, 이번 인수 주체 역시 다른 기업 사례에서도 비슷한 논란을 반복해온 이력이 있다.
그렇다면 이런 방식을 규제로 막을 수 있을까. 현행 자본시장법상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모펀드에 대해 영업정지나 시정명령, 해산 명령까지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다만 과도한 규제는 정당한 자본시장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유익한 기능은 살리면서 고의적인 위법 행위만 표적으로 단속하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사모펀드의 성공 공식이 기업 회생이 아니라 자산 회수였다면, 그 청구서는 결국 협력업체와 직원들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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