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보고서 한 장에 흔들린 K반도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원래부터 호황과 불황이 몇 년 단위로 반복되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만드는 게 아니라 표준 규격 제품을 미리 대량 생산해 쌓아두는 구조이다 보니, 공급을 조절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반면 수요는 그때그때 변한다. 이 시차 때문에 가격이 오르내리는 사이클이 생겨나는 것인데, 최근에는 AI 서버 중심으로 수요 구조 자체가 바뀌면서 이 주기가 예전보다 짧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D램 가격이 반등세를 이어갔고,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은 2분기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AI 서버 투자가 늘면서 고성능 메모리인 HBM 수요가 급증했고, 기업들이 여기에 생산력을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일반 D램 공급이 부족해지며 가격이 뛰어오르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흐름은 오래가지 못했다. D램 현물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그 배경에는 경기 둔화로 PC와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미리 쌓아둔 재고가 좀처럼 소진되지 않는 사정이 있다. 여기에 AI 거품론이 고개를 들고, 중국의 저가 메모리 과잉 공급 우려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업황 전망은 빠르게 어두워졌다.
이런 흐름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 한 글로벌 투자은행의 보고서였다. '겨울이 다가온다'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D램 가격 하락과 HBM 공급과잉 우려를 근거로,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목표 주가를 큰 폭으로 낮추고 투자의견까지 하향 조정했다. 보고서 발표 직후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곧바로 급락했고, 시가총액 1·2위 종목이 동반 하락하면서 코스피 전체 상승폭도 다른 아시아 증시에 비해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다만 국내 업계의 반응은 이 비관론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쪽에 가깝다. 생산 업체들의 공급 확대가 제한적인 만큼 가격이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있고, HBM은 고객사 맞춤형 주문 생산 방식이라 범용 D램과 달리 과잉 공급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반박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다음 세대 HBM 물량이 완판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AI 투자가 계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기관마다 전망이 엇갈린다. 어떤 기관은 대형 테크 기업들의 내년 AI 투자 증가율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는 반면, 다른 기관은 여전히 두 자릿수 성장을 예상한다. 이렇게 전망이 갈리는 상황 자체가, 지금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사태가 보여주는 것은, AI라는 새로운 수요가 반도체 산업의 전통적인 사이클 공식을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범용 제품과 고부가 제품 사이의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지금, 이 흐름을 면밀히 지켜보는 신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 보고서 한 장이 흔든 것은 주가지만, 그 밑에 깔린 것은 산업 구조 자체의 질문이다.
이 콘텐츠는 서울경제신문 원문 기사를 AI가 레터·웹툰·팟캐스트·영상 형식으로 재구성해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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