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회사가 미국에 직원을 보내려면, 이제 1억 4000만 원을 내야 합니다 삼성전자 미국 공장에 엔지니어를 파견하려는 한국 기업 인사담당자가 있습니다. 그가 처리해야 할 비자 수수료가 이전보다 최대 50배 뛰었습니다. 법원이 "불법"이라고 판단했지만, 미국 정부는 규정안을 관보에 올렸습니다. 이 일은 한국 기업 한 곳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H-1B 비자 신청 수수료를 10만 3265달러(약 1억 4300만 원)로 정한 규정안을 관보에 게재했습니다. 기존 수수료는 2000~5000달러(약 275만~700만 원)였습니다. 이번 안이 확정되면 최대 50배 인상입니다. 부과 대상도 넓어졌습니다. 기존에는 해외에서 신청하는 사람에게만 적용됐지만, 이제는 미국 안에서 신청하는 사람까지 포함됩니다. 다만 비자 갱신자와 병원·대학 등 인력 확보가 어려운 기관에 취업하는 외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규정안은 30일간 의견 수렴을 거쳐 연말께 확정될 전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H-1B 비자 수수료를 10만 달러로 책정하는 포고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국토안보부 규정안은 그 포고문의 1년 유효 기간이 한 달 남은 시점에 나왔습니다. H-1B 비자는 연간 8만 5000건만 추첨으로 발급됩니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직에게 발급하며, 기본 3년 체류에 연장과 영주권 신청도 가능합니다. 2024 회계연도 기준 승인된 39만 9395건 가운데 국적별로는 인도 71.0%(28만 3397명), 중국 11.7%(4만 6680명), 한국 1.0%(3983명) 순이었습니다. 한국 국적자는 5위로 약 4000명이 매년 이 비자를 통해 미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국토안보부는 이 수수료로 88억 달러(약 12조 원)의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돈을 이민세관단속국(ICE)을 포함한 관련 기관 운영자금으로 쓰겠다고도 했습니다. 2026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민 단속 의지를 지지층에 보여주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연방정부 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일부 해소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수수료 인상과 별도로, 트럼프 행정부는 B1·B2 비자로 입국해 망명을 신청했거나 신청을 준비 중인 외국인 최대 20만 명의 비자를 몇 주 안에 일괄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지난 6월 이 수수료가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적 세금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 판단에도 불구하고 행정부는 규정안을 밀어붙였습니다. 국제 기업들의 반발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9월 포고문 직후 마이크로소프트, JP모건, 아마존, 구글, 어니스트앤드영, 월마트는 H-1B 비자 보유 직원들에게 해외여행을 삼가고, 미국 밖에 있다면 즉시 돌아오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번 규정안도 법정 공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빅테크와 월가 금융권은 고숙련 외국인 인력이 필수입니다. 수수료 인상이 확정되면 기업 부담이 직접 커집니다. 한국 기업의 경우 대미 투자와 함께 엔지니어·기술 인력을 미국에 파견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이 한층 높아지게 됐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H-1B 비자 취득을 포기한 인도계·중국계 고급 인력들이 중국 등 미국의 경쟁국에 취업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은 X(옛 트위터)에 "망명은 박해를 받는 사람에게 제한적인 안전지대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청자들이 수년간 일하고 가정을 꾸리며 미국에 뿌리를 내리는 현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미국에 인력을 파견해야 하는 한국 기업이라면, 지금 당장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규정안은 30일 의견 수렴 후 연말에 확정될 예정이고, 법원 공방도 남아 있습니다. 비자를 갱신하는 직원이나 병원·대학 취업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대상 여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자 관련 공식 정보는 미국 이민국(USCIS) 홈페이지(uscis.gov)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억 4000만 원짜리 청구서가 관보에 올라간 지금, 미국 파견을 준비하던 그 인사담당자의 계획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