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감독원이 지방으로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영국은 60년 넘게 공공기관을 런던 밖으로 옮겨왔다. 2만 2500개(1972년까지), 1만 9000개(1993년까지), 2만 1500개(2010년까지) — 세 차례에 걸쳐 수만 개의 자리가 지역으로 재배치됐다. 지난해에는 런던 공공일자리 1만 2000개를 2032년까지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달 취임한 앤디 버넘 총리는 맨체스터에 제2 총리실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60년 이전 역사에서 영국이 한 번도 내려보내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금융입니다.
영국 중앙은행(BOE), 금융서비스보상기구(FSCS), 금융감독청(FCA) — 세 곳 모두 런던에 본점을 두고 있습니다. 영국 기업은행(BBB)과 영국국부펀드(NWF)는 각각 셰필드와 리즈에 본사가 있지만, 이 둘은 2012년과 2024년에 새로 설립된 기관입니다. 기존 금융 핵심 기관은 이전 대상이 된 적이 없습니다.
프랑스는 1955년에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마련하고, 1960년대 초반부터 국립 고등교육기관인 그랑제콜을 지방으로 옮겼습니다. 1991~2005년 사이에는 총리 직속 지역발전정책전담기구(DATAR)를 통해 3만 5000명을 지역으로 내려보냈습니다. 이후에도 이전은 계속됐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중앙은행, 예금보험기구(FGDR), 건전성감독·정리청(ACPR), 공공투자은행(Bpifrance)은 모두 파리에 있습니다.
금융 감독 기관과 금융사, 금융 공기업이 한곳에 모여 있을 때 생기는 이점을 집적 효과라고 합니다. 금융기관들은 일상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감독 기관은 시장 상황에 즉각 대응해야 합니다. 정책금융기관은 민간 금융사와 협력해 자금을 집행합니다. 이 세 주체가 물리적으로 가까울수록 정보 전달 속도와 정책 실행 속도가 빨라집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수십 년에 걸친 이전 경험 속에서 금융을 예외 항목으로 남겨두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한국은 감독 기관과 정책금융기관을 지역별로 나눠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영국·프랑스가 신생 기관은 지방에 세우되 기존 핵심 기관은 수도에 유지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영국이 60년 이상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면서도 금융 감독·정책 기능은 손대지 않은 배경이 한국의 논의에서는 충분히 검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선애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영국과 프랑스 등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금융기관들은 수도에 남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금융은 감독 기관과 금융사, 금융공기업이 집적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방 이전 사례로 거론되지만, 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금융기관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영국과 프랑스 모두 수십 년에 걸쳐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겼습니다. 그러면서도 두 나라가 공통으로 수도에 남겨둔 기관군이 있습니다. 중앙은행, 금융감독 기관, 정책금융기관입니다. 이전 여부를 논의할 때 '얼마나 옮겼는가'와 함께 '무엇을 옮기지 않았는가'를 함께 보는 것이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