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막혀 있던 시장 세 곳, 제도가 바뀐다 A시 허가를 받은 폐기물 업체가 B시 입찰에 참여하려 해도 "관내 업체 수 제한"을 이유로 허가가 거부됐습니다. 소주 원료인 주정의 직거래 비율은 전체의 2%에 불과하고, 나머지 98%는 도매업체를 거쳐야 했습니다. 중견 회계법인은 2022년 기준 변경 이후 감사할 수 있는 기업 범위가 오히려 좁아졌습니다. 세 시장 모두 규제가 경쟁을 막아온 구조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6월 25일 '2026년 상반기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기존 사업자 중심으로 굳어진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목적으로, 생활폐기물·주정·회계감사 분야 규제 6건을 손질합니다. 각 시장에서 신규 사업자 진입을 막아온 제도를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지금까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체는 영업하려는 시·군·구에서 별도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허가 자체를 내주지 않는 관행이 있어, 사실상 기존 업체 몇 곳이 지역 시장을 나눠 갖는 구조가 이어졌습니다.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가 적으니 실질적인 가격 경쟁이 어렵고, 기존 업체 간 담합도 생기기 쉬웠습니다. 앞으로는 이미 다른 지역에서 허가를 받은 업체가 인근 시·군·구에 허가를 신청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허가를 내줘야 합니다. A시 업체가 B시 시장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공정위는 관외 업체 진입이 늘면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고 서비스 품질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정은 소주의 주요 원료로 쓰이는 고순도 알코올입니다. 지금은 주류 제조사가 주정 제조사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물량이 전체 판매량의 약 2%에 그칩니다. 나머지 98%는 주정 제조사→도매업체→주류 제조사 경로를 거칩니다. 직거래가 제한되니 주류 제조사가 원하는 주정 제조사를 선택해 거래하기 어려웠고, 주정 제조사들 사이의 가격·품질 경쟁도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공정위는 2027년부터 직거래 허용 물량을 전체 판매량의 10%로, 현재보다 5배 늘립니다. 향후 시장 경쟁 상황과 양곡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허용 물량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회계감사 시장에서 금융당국은 회계법인을 규모에 따라 4개 군으로 나누고, 각 군이 감사할 수 있는 기업 규모를 다르게 정합니다. 2022년 대형 회계법인만 감사할 수 있는 기업 기준이 자산 5조 원 이상에서 2조 원 이상으로 낮아졌습니다. 기준이 내려가면서 중소·중견 회계법인이 담당할 수 있는 기업 범위가 좁아졌고, 대형 법인으로 감사 업무가 쏠리는 현상도 심해졌습니다. 지방 분사무소 설치 요건도 공인회계사 3명 이상 상근에서 1명 이상으로 완화됩니다. 지방에서 회계사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지방 분사무소가 늘어나면 지방 기업이 고를 수 있는 감사인 범위도 넓어질 전망입니다.
이번 개선안에는 "감사품질이 우수한" 중소·중견 회계법인에 한해 상위군 기업을 감사할 수 있는 '군 상향 특례'가 도입됩니다. 품질 기준을 충족한 법인에게만 문이 열리는 구조입니다. 폐기물 수집 시장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이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지자체의 판단 재량이 남아 있어 실제 허가로 이어지는지는 운용 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주정 직거래 확대도 2027년 시행 전까지 양곡 수급 영향을 추가로 평가하기로 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시장 진입을 막거나 사업자의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추가로 발굴해 관계 부처와 개선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방안은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진입 요건을 낮추는 방식입니다. 기존 업체가 누리던 지역 독점 구조가 실제로 흔들리는지는 제도 시행 이후 입찰 참여 업체 수 변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개선안 중 주정 직거래 확대는 2027년부터 시행됩니다. 생활폐기물 허가 제도 변경과 회계법인 군 상향 특례는 관계 부처 협의와 법령 개정을 거쳐 확정됩니다. 공정위는 하반기에도 추가 규제 개선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규제 개선 일정과 세부 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ftc.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A시 업체가 B시 입찰에서 막혔던 이유는 서비스 품질이 아니라 허가 제도였습니다. 그 제도가 바뀌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입찰 결과가 보여줄 것입니다.
![“다른 지역 업체는 안돼”…폐기물 수거시장 빗장 풀린다 [Pick코노미]](https://wimg.sedaily.com/news/cms/2026/08/25/news-p.v1.20260609.cac7bac1fd86436d90d4982ae46325fd_P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