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달러, 원전 8기로 채운다 미국에 대형 원자력발전소 1기를 짓는 데 드는 돈은 150억 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 약 20조 2,000억 원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이르면 18일 서명할 대미 투자 합의문에는 이런 원전을 8기 짓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8기 건설이 지금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합의문에 들어가는 것은 "앞으로 추진하자"는 방향성입니다.
7일 여당 및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비공개 당정협의회를 열어 대미 투자 협상 결과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에게 보고했습니다. 보고 내용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에 지어지는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을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확정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대미 투자 사업에 자금을 넣는 일을 총괄할 투자 특수목적법인, 이른바 I-SPV를 설치한다는 것입니다. I-SPV는 개별 사업마다 돈을 따로 조달하는 대신, 자금 투입을 한곳에서 맡도록 만드는 별도 법인입니다.
같은 합의문 안에 담기지만 두 사업의 단계는 다릅니다. 엔시날 LNG 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은 세부 내용까지 협의가 마무리됐습니다. 그래서 1호 사업으로 확정됩니다. 반면 대형 원전 8기 건설은 아직 세부적으로 논의할 사항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합의문에는 향후 추진하자는 방향성만 담깁니다. 같은 문서에 적히더라도 하나는 진행 일정이 정해진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협의할 과제라는 뜻입니다.
한국의 대미 투자 목표액은 2,000억 달러입니다. 미국 내 대형 원전 사업은 1기에 150억 달러에 달합니다. 8기가 모두 건설로 확정되면 2,000억 달러 대미 투자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1기당 금액을 단순히 8배 하면 1,200억 달러 규모입니다. 원전 한 기의 사업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몇 기를 실제로 짓느냐에 따라 전체 투자 이행의 그림이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8기라는 숫자와 1기당 150억 달러라는 금액이 함께 알려지면 사업이 이미 정해진 것처럼 읽힙니다. 하지만 이번 합의문 단계에서 원전에 대해 정해지는 것은 추진 방향입니다. 몇 기를 어떤 일정으로 어디에 짓는지, 양국이 각각 무엇을 맡는지는 앞으로 논의할 사항으로 남아 있습니다. 8기 전부가 건설로 확정될 경우를 전제로 한 계산과, 지금 확정된 내용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이번 내용은 여당 및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해진 것입니다. 당정협의회 자체가 비공개로 열렸고, 서명 예정일도 "이르면 18일"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이날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보고한 내용을 야당과 공유한 뒤,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고할 방침입니다. 전체회의 보고는 비공개 협의와 달리 공개된 자리에서 이뤄지는 절차입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진행 상황의 기준점은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 보고입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국회 보고가 끝나면 국내 절차는 마무리됩니다. 즉 두 상임위의 전체회의 보고가 이뤄졌는지를 보면, 서명까지 남은 국내 단계가 어디까지 왔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원전 8기라는 숫자가 아니라, 1기당 150억 달러짜리 사업의 세부 조건이 어디까지 정해졌는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