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8일 오전 9시 27분, 한전기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1.69% 오른 13만 6,600원이었습니다. 장중 한때 14만 3,100원까지 올랐습니다. 계약서가 오간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 대형 원전을 최대 8기 짓는 방안을 한미가 "협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부였습니다. 확정된 것이 없는 단계에서, 시장은 이미 답을 정한 것처럼 움직였습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시 27분 기준 한전기술은 전 거래일보다 1만 4,300원(11.69%) 오른 13만 6,600원에 거래됐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9시 26분 기준 4.21% 오른 9만 1,600원, 장중 최고가는 9만 3,500원이었습니다. 한국전력은 3.05% 오른 3만 3,750원, 한전KPS는 2.01% 오른 4만 8,300원을 기록했습니다. 한 종목이 아니라 원전 설계·주기기 제작·시공·운영정비로 이어지는 원전 산업 전 단계, 이른바 원전 밸류체인 전반에 매수세가 퍼진 모습입니다.
주가를 움직인 정보는 그날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관가와 정치권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전날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한미가 합의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진행 상황을 보고했습니다. 1호 사업은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이고, 후속 사업으로 대형 원전 최대 8기 건설을 협의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정부는 국회 보고를 거쳐 이달 18일께 1호 사업인 텍사스 화력발전소 관련 한미 투자 합의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지금 발표가 예정된 것은 화력발전소이고, 원전은 그 뒤에 놓인 이야기입니다.
숫자의 구조를 보면 기대가 왜 커졌는지 보입니다. 대미 투자 총액 3,500억 달러 가운데 어디에 쓸지 정해지지 않은 금액이 2,000억 달러입니다. 이 중 1,200억 달러를 원전 8기 건설에 투입하는 방안을 미국 측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용처 미정 금액의 절반을 넘는 규모입니다. 원전 건설은 설계, 주기기 제작, 시공과 운영정비가 각각 다른 기업의 일감으로 갈라지는 사업입니다. 그래서 특정 종목이 아니라 관련 기업 전반의 중장기 수주 기대로 번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확정된 사실과 기대를 구분해야 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1,200억 달러 원전안은 미국 측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단계이고, 사업 규모도 국내 기업의 구체적인 참여 방식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산업부는 "현재 한미 간 협의가 진행 중으로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내 기업이 설계와 주기기 제작, 시공·운영정비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의 전부입니다. 주가에 반영된 것은 계약이 아니라 협의 소식입니다.
대미 투자만 작용한 것은 아닙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향후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포함될 가능성과 해외 원전 수출 확대가 맞물리면서 원전 기업의 중장기 수주잔고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정부가 세우는 중장기 전력 수요·공급 계획으로, 신규 발전소를 지을지가 여기서 정리됩니다. 국내 계획과 해외 사업 기대가 같은 방향으로 겹친 시점이라는 설명입니다.
지금 시점에 확인할 수 있는 일정은 하나입니다. 이달 18일께 발표될 예정인 한미 투자 합의문이며, 그 대상은 1호 사업인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입니다. 원전 8기가 이 합의문에 어떤 형태로 담기는지, 1,200억 달러라는 금액과 국내 기업 참여 방식이 문서에 적히는지가 협의 단계와 확정 단계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6월 8일 아침의 상승은 문서가 아니라 협의 소식에 반응한 것이었습니다. 확정 문서가 나오기 전까지, 발표 주체가 정부인지 기업인지, 표현이 "합의"인지 "협의"인지를 함께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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