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이 끝난 8일(현지 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아르퇴르 망슈 미스트랄AI 최고경영자가 나란히 서서 문서에 서명했습니다. 제조업 AI 모델을 함께 개발하겠다는 '전략적 파트너십'이었습니다. 같은 날 미스트랄AI는 삼성전자가 주도한 투자 라운드에서 30억 유로, 약 4조 6,800억 원을 유치했습니다. 정상회담 옆에서 벌어진 부수 행사가 아니라, 이번 방문의 가장 구체적인 결과물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두 정상은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을 계기로 체결된 문건은 모두 16개입니다. 하루 일정에서 나온 숫자로는 적지 않습니다. 그중에서 기업 간 협력으로 형태가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 삼성전자와 미스트랄AI의 파트너십입니다. 미스트랄AI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AI 스타트업입니다.
이번 회담은 처음이 아닙니다. 올해 4월 마크롱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뒤 약 5개월 만에 두 정상이 다시 마주 앉았습니다. 한 해 안에 양국 정상이 서로의 수도를 오간 셈입니다. 4월의 방한이 협력 방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파리 회담에서는 문건 16개와 기업 간 계약이라는 형태가 붙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공동 언론 발표에서 "AI·양자·우주·원자력·바이오 등 양국 협력의 핵심 축인 첨단산업과 과학기술을 산업과 시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협력을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화'라는 단어가 이번 회담의 성격을 요약합니다.
삼성전자가 주도한 30억 유로는 미스트랄AI의 시리즈D 투자 라운드를 통해 들어갔습니다. 시리즈D는 스타트업이 증시에 상장하기 전 단계에서 진행하는 네 번째 대규모 외부 투자 유치를 말합니다. 초기 자금이 아니라, 사업 모델이 어느 정도 검증된 회사에 규모를 키우기 위해 들어가는 돈입니다. 그 라운드를 한국 기업이 주도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얻으려는 것은 지분만이 아닙니다. 두 회사가 서명한 문서에는 제조업 AI 모델 공동 개발과 연구개발 협력이 함께 담겼습니다. 반도체 공장 같은 제조 현장에 적용할 AI를 프랑스 스타트업과 함께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16개 문건이 체결됐지만, 모든 합의가 서명까지 간 것은 아닙니다. 양국 국방부는 '상호 군수 지원 협정'을 조속히 체결하기로 했습니다. 체결한 것이 아니라, 체결하기로 한 단계입니다. 첨단산업 협력이 기업 간 계약이라는 형태로 즉시 드러난 것과 달리, 국방 분야는 합의의 시점을 남겨뒀습니다. 정상회담 성과를 볼 때 '체결'과 '체결 합의'를 구분해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협정의 구체적 내용과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협력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제조 현장에 고도화된 AI 모델을 조기에 도입해 경쟁사에 앞서는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계획"이라는 것입니다. 기업이 밝힌 자체 계획이라는 점은 함께 읽어야 합니다. 실제로 어떤 성과가 나올지는 개발 결과에 달려 있습니다. 정상 차원의 발언은 조금 더 넓습니다. 이 대통령은 협력의 축으로 AI와 양자, 우주, 원자력, 바이오를 함께 언급했습니다. 기업 하나의 계약과 국가 간 협력 의제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발표된 구조입니다.
이번 방문에서 확정된 것과 남겨진 것을 나눠 보면 됩니다. 확정된 것은 문건 16개, 그리고 삼성전자가 주도한 30억 유로 규모의 미스트랄AI 투자와 제조업 AI 공동 개발 파트너십입니다. 남겨진 것은 양국 국방부의 상호 군수 지원 협정입니다. 일정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방문 마지막 날인 9일 브룬 피베 프랑스 하원 의장을 면담하고, 동포 오찬간담회에 이어 마티아스 코먼 경제협력개발기구 사무총장을 접견할 계획입니다. 엘리제궁에서 서명이 이뤄진 그 문서가 실제 제조 현장의 AI로 이어지는지는 앞으로 공개될 개발 계획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