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조한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재정경제부가 11일 발표한 '최근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 담긴 정부의 공식 경기 진단입니다. 그린북은 재경부가 매월 주요 지표를 종합해 내놓는 경기 판단 보고서입니다. 그런데 같은 보고서에는 소비가 줄고 물가가 다시 3%대로 올랐다는 내용도 함께 담겼습니다. 회복이라는 단어와 민생 부담이라는 단어가 한 문서 안에 나란히 놓였습니다.
2024년 8월 수출은 반도체·컴퓨터·화장품 등의 호조로 전년 동월보다 68.7% 증가했습니다. 하루 평균 수출액도 44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72.5% 늘었습니다. 반면 소비 쪽은 방향이 달랐습니다. 2024년 7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4% 줄었고,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보다 1.3% 감소했습니다.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보합에 그쳤습니다. 같은 보고서 안에서 대외 수요와 국내 수요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킨 셈입니다.
정부의 경기 판단 문구는 몇 달 사이 조금씩 움직였습니다. 6월에는 '경기 회복흐름이 이어지고 있다'였고, 7월에는 '공고해지는 모습', 8월에는 '강화되는 모습'으로 표현이 바뀌었습니다. 9월호에서는 '견조한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으로 회복세 인식 자체는 유지됐습니다. 대외 여건 문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중동전쟁과 미국 관세부과 조치 관련 불확실성에 대해 8월에는 '상존'이라고 썼지만, 9월에는 '다소 확대'로 바꿨습니다. 판단의 무게가 밖으로 옮겨간 대목입니다.
회복세를 뒷받침한 축은 두 가지였습니다. 수출과 투자입니다. 2024년 7월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7.5% 증가했습니다.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8포인트, 앞으로의 흐름을 미리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4포인트 올랐습니다. 기업이 설비를 늘리고 해외로 물건을 내보내는 흐름이 지표 전체를 끌어올린 구조입니다. 다만 이 두 축은 가계 소비와 곧바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총량 지표가 좋아져도 소비 지표는 따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2024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7월 2.8%보다 0.3%포인트 높아졌습니다. 가격 변동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물가는 3.4%, 자주 사는 품목으로 계산한 생활물가는 3.2% 올랐습니다. 고용도 안을 들여다보면 갈립니다. 2024년 8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8만 4,000명 늘어 7월 증가폭 10만 8,000명보다 커졌습니다. 그러나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4만 3,000명 줄었습니다. 제조업 취업자는 3만 8,000명, 건설업 취업자는 3만 2,000명 감소했습니다. 감소폭은 전월보다 줄었습니다.
심리 지표에서도 온도차가 드러났습니다. 2024년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4.5로 전월보다 2.3포인트 떨어졌습니다. 같은 달 기업심리지수는 99.6으로 1.1포인트 올랐습니다. 가계는 뒤로, 기업은 앞으로 움직인 셈입니다. 정부도 온기가 고르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재경부는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과 취약계층·취약부문의 어려운 고용 여건 등 민생 부담이 지속된다는 진단을 이번 호에서도 유지했습니다.
재경부는 "주요 품목 수급 관리와 성수품 물가안정 등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추진하고,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이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즉 단기로는 추석 성수품 물가, 중기로는 양극화 대응이 정부가 밝힌 두 갈래입니다. 그린북은 매월 발표됩니다. 다음 호에서 확인할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이 감소에서 벗어나는지, 그리고 대외 불확실성 문구가 '다소 확대'에서 어느 쪽으로 다시 움직이는지입니다. "견조한 회복"이라는 문구와 "민생 부담 지속"이라는 문구가 한 보고서에 함께 실린 이유는, 지금 지표가 한 방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