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6.69% 오른 날, 항공주 4개가 같이 내렸다 간밤 10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2.48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전일보다 6.69% 오른 값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국내 항공사 주가는 약속한 듯 함께 내려갔습니다. 대한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아시아나항공 네 곳이 모두 마이너스였습니다. 유가와 항공주가 반대로 움직이는 이 장면은 예외가 아니라 구조에서 나옵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2시 48분 현재 대한항공은 전 거래일보다 2.88% 하락한 2만 8,7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진에어는 3.41% 내린 5,940원, 제주항공은 2.45% 내린 4,785원이었습니다. 아시아나항공도 2.03% 빠졌습니다. 대형 항공사와 저비용 항공사를 가리지 않고 항공 종목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는 점이 이날의 특징입니다.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는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꼽힙니다. 국제 유가의 기준으로 쓰이는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 즉 WTI의 10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간밤 6.69% 올라 배럴당 102.48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아라비아해와 홍해, 수에즈 운하를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빠르게 장악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홍해에서도 에너지 병목이 생기면, 고유가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가가 항공사 실적으로 곧장 옮겨오는 이유는 비용 구조에 있습니다. 유류비는 항공사 전체 영업비용의 약 30%를 차지합니다. 기름값이 오르면 비행기 한 대를 띄우는 데 드는 생산원가가 함께 올라가고, 그만큼 영업 이익이 줄어듭니다. 다른 업종이라면 원가 상승분을 나눠 흡수할 여지가 있지만, 비용의 3분의 1이 한 항목에 몰려 있는 산업에서는 유가 하나가 손익을 흔듭니다.
원가가 올랐다면 값에 얹으면 됩니다. 항공사에는 유가 상승분을 항공권에 따로 붙여 받는 유류할증료라는 수단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카드를 크게 쓰기 어렵습니다.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올 7월 해외관광객은 241만 9,457명으로 지난해 7월 243만 5,291명보다 0.7% 줄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월과 비교하면 91.6% 수준입니다. 수요가 회복 중이 아니라 뒷걸음질 친 국면에서 값을 크게 올리면 손님이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비용은 오르는데 전가할 통로가 좁아진 셈입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류비 부담이 큰 항공업계가 유가 변동 여파를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분간 항공사 주가는 중동 분쟁 판도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적 발표나 탑승률 같은 개별 지표보다, 해협의 통항 상황이 주가를 먼저 설명하는 구간이라는 진단입니다.
항공권 값에는 운임과 별도로 유류할증료가 붙습니다. 이 금액은 항공사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의 국제유가 수준에 연동돼 조정 됩니다. 지금처럼 유가가 급등한 구간의 영향은 시차를 두고 항공권 총액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여행을 계획할 때 운임만 보지 말고, 결제 화면의 유류할증료 항목까지 함께 확인해두면 실제 지출을 가늠하기 쉽습니다. 배럴당 102.48달러라는 숫자는 증권 시황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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