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워싱턴에서 맺은 약속이 최종 계약으로 결실을 맺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5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한 말입니다. 이날 대한항공은 보잉과 공동으로 행사를 열고, 항공기·엔진 구매 계약이 최종 체결됐다고 알렸습니다. 1년 전 발표된 448억 달러, 약 60조 원 규모의 미국 구매 계획이 문서로 확정된 자리였습니다.
대한항공이 16일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번에 확정된 계약은 두 갈래입니다. 먼저 보잉으로부터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를 362억 달러에 구매합니다. 기종별로는 777-9 20대, 787-10 25대, 737-10 50대, 그리고 777-8F 화물기 8대입니다. 다음은 엔진입니다. GE에어로스페이스와 CFM인터내셔널로부터 항공기 예비 엔진 21대를 86억 달러에 구매합니다. 예비 엔진은 운항 중인 엔진을 정비하거나 교체할 때 대신 장착하는 여유분입니다. 두 금액을 합치면 448억 달러, 지난해 발표된 계획 규모와 같습니다. 여기에 GE에어로스페이스와는 항공기 28대에 대한 엔진 정비 서비스를 15년간 받는 계약도 함께 맺었습니다.
이 계약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닙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 448억 달러 규모의 대미 구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미국 워싱턴에서 맺은 것은 업무협약, 즉 MOU였습니다. MOU는 사겠다는 의사를 확인하는 문서입니다. 기종과 대수, 금액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계약으로 바뀌기까지 약 1년이 걸렸습니다. 15일 행사는 그 MOU가 최종 계약으로 전환된 것을 기념하는 자리였고, 대한항공은 이로써 지난해 발표한 구매 계획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한항공은 이번 투자의 배경으로 두 가지를 들었습니다. 하나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입니다. 두 회사가 하나가 된 뒤의 중장기 성장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공급 문제입니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항공기 인도가 지연되는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문이 밀려 있어, 필요한 시점에 맞춰 받으려면 미리 계약을 걸어둬야 합니다. 대한항공이 말한 '선제적 대응'이 이 대목입니다. 회사는 이렇게 들여온 고효율 기종으로 보유 항공기 전체, 즉 기단을 현대화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함께 밝혔습니다.
행사장 참석자 명단은 일반적인 기업 계약식과 달랐습니다. 조 회장과 스테파니 포프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 겸 최고경영자, 가엘 메외스트 CFM 사장 겸 최고경영자 등 계약 당사자들 외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자리했습니다. 대한항공은 이번 계약이 단순한 기업 간 거래를 넘어 한미 양국 정부의 긴밀한 소통과 지원에 기반한 성과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지원과 규제 개선에 힘을 보탰고,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은 금융 협력 의지를 밝혔습니다. 금융 지원은 아직 '의지' 단계로,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조 회장은 이번 계약을 "단순한 기업 간 거래를 넘어 한·미 양국의 굳건한 경제·기술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신뢰의 이정표"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보잉과 GE에어로스페이스, CFM과 함께 쌓아온 오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최고의 안전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양국의 교류와 경제 발전을 연결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발표에서 확인된 것은 기종과 대수, 금액입니다. 인도 시점이나 투입 노선은 함께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탈 때 마주할 기종의 명단이 이번에 정해졌다는 점입니다. 여객기 95대는 777-9, 787-10, 737-10 세 종류로 구성됩니다. 화물기 777-8F 8대는 화물 사업에 들어갑니다. 예비 엔진 21대와 28대분 15년 정비 계약은 운항 유지에 쓰이는 부분입니다. 다만 계약 체결과 실제 인도는 다른 일입니다. 대한항공 스스로 계약 이유로 꼽은 것이 글로벌 항공기 공급 지연이었습니다. 1년 전 워싱턴의 약속이 계약서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만큼, 그 계약서가 실제 비행기가 되기까지도 시간이 걸립니다. 언제, 어떤 노선에 투입되는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