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탑 4723개 중 2214개는 세우지 않습니다 "1회성 보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소득을 올리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부 관계자가 새 송전망 대책을 설명하며 한 말입니다. 호남의 전기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송전선 7곳에 필요한 철탑은 당초 4723개로 추산됐습니다. 이 중 2214개는 세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지금 서 있는 철탑을 철거하고, 새 철탑 하나에 선로를 몰아 넣습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5일 국무회의에서 '송전망 건설 수용성 제고 방안'을 보고했습니다. 새로 지어지고 있는 345kV 송전선은 전체 2169㎞입니다. 345kV는 넓은 지역으로 전기를 보낼 때 쓰는 초고압 설비입니다. 이 가운데 969㎞ 구간에 기존 선로와 통합하는 방식을 적용해 철탑 수를 줄입니다. 우선 적용 대상은 신광주-신임실, 신장성-신정읍, 광양-신장수, 신장수-무주영동, 무주영동-신서원, 신서원-신진천, 신해남-신장성 7개 선로입니다. 여기서 줄어드는 철탑이 2214개, 당초 계획의 46.9%입니다.
새로 짓는 2회선 송전선이 기존 2회선 근처를 지나야 할 때, 지금까지는 새 철탑을 따로 세웠습니다. 한 마을에 철탑 두 줄이 나란히 서게 되는 구조입니다. 바뀌는 방식은 새 선로를 4회선으로 짓고 기존 선로는 철거하는 것입니다. 전선 네 묶음을 한 철탑에 올리는 대신, 마을을 지나는 철탑 줄은 하나로 줄어듭니다.
4회선 철탑은 2회선보다 건설 비용이 비쌉니다. 기존 선로를 철거하는 작업도 추가됩니다. 기후부는 그럼에도 주민 반대로 인한 공사 지연을 막을 수 있다면 더 이익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 전력망을 제때 짓는 일이 공사비 증가보다 앞선다는 계산입니다. 김 장관은 전력망을 "에너지 대전환과 첨단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필수 국가기반시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송전선을 도로나 제방 등 지하에 매설하는 지중화 공법도 확대합니다. 인구가 밀집한 곳, 철탑 때문에 경관 훼손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 곳에 적극 적용할 방침입니다. 전력설비가 몰리는 345kV 변전소 반경 2㎞ 지역은 설비 신설 계획을 세울 때 지중화를 우선 반영합니다. 국가유공자 마을이나 문화재와 가까운 송전선은 계획을 수정해 선로를 우회시킵니다.
보상 제도가 없던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송전망이 지나는 지방정부에는 1㎞당 20억 원의 지원금을 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방정부가 주민 복지 사업에 쓰는 방식이어서 주민들이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기후부는 이 지원금 중 최대 3분의 2를 햇빛소득마을 조성에 쓸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합니다. 마을에 발전 설비를 두고 주민이 계속 소득을 얻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구상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5개 지방정부를 지나는 약 73㎞ 송전망 주변 83개 마을에 사업을 실시한다고 가정하면 세대별 평균 연 340만 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확정된 지급액이 아니라 특정 조건을 전제로 한 추산입니다. 김 장관은 "송전선이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고 보상을 확대함은 물론 사업 시작 단계부터 주민 의견을 충실히 듣는 방식으로 정책을 바꾸겠다"고 말했습니다.
주민이 실제로 쓸 수 있는 변화는 절차에 있습니다. 입지선정 초기부터 주민 대상 사업설명회 개최가 의무화됩니다. 송전선 경로를 정하는 입지선정위원회 운영 시 설명회는 기존 2회에서 3회로 늘어납니다. 회의 참관도 원칙적으로 허용됩니다. 후보 경과지는 2개 이상 도출해 주민이 고를 수 있게 합니다. 철탑 위치가 정해진 뒤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지기 전에 회의장에 앉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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