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의 자료 요구, 멈춰 선 합병 시계 “만약 일정이 또 연기되면 주식 교환 비율 재협상이 불가피하고 딜이 깨질 수도 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가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결합을 두고 한 말입니다. 이 거래는 이미 주주총회를 두 차례 미뤘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이 딜 하나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11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제출한 기업결합신고에 대해 지금까지 총 13차례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심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업결합신고는 두 회사가 합쳐질 때 시장 경쟁이 제한되지 않는지 공정위가 미리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심사가 길어진 배경으로는 결합 구조 자체가 낯설다는 점이 꼽힙니다. 온라인 플랫폼과 가상자산 사업자가 합쳐지는 형태여서, 공정위가 독과점 우려와 한쪽 시장의 지배력이 다른 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양사는 2025년 11월 합병 비율 산정에 동의한 뒤 공정위 심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심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주주총회 일정을 두 차례 연기했습니다. 현재 목표로 잡은 임시 주주총회는 2026년 11월 19일, 주식 교환 예정일은 12월 31일입니다. 이 일정을 지키려면 언제까지 결론이 나와야 할까요. 주총을 열기 위한 주주명부 확정, 금융위원회 대주주 변경 신고 같은 후속 절차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이달 안에는 공정위 승인 결론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일정 지연이 단순한 지각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두나무의 실적 때문입니다. 두나무의 2026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0% 감소했습니다. 올해 들어 가상자산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영향입니다. 장외 주가도 함께 내려왔습니다. 17일 두나무 장외 주가는 26만 9,000원으로, 합병 비율에 합의했던 2025년 11월 35만 원대와 비교하면 20% 이상 낮은 수준입니다. 두 회사가 합의한 주식 교환 비율은 지난해 11월 시점의 가치를 기준으로 만든 숫자입니다. 시간이 흐르며 기준이 달라지면, 비율을 전면 재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사모펀드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의 도레이첨단소재 연성동박적층판(FCCL) 사업부 인수도 1년 넘게 심사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FCCL은 휘어지는 회로기판을 만드는 데 쓰이는 핵심 소재입니다. 어펄마캐피탈이 2025년 4월 같은 소재를 만드는 플렉시온을 인수한 만큼, 당국이 두 회사 결합에 따른 독과점 가능성을 깐깐하게 보고 있습니다. 그 사이 거래 무산 가능성을 엿본 중국계 자본이 도레이 인수를 타진하고 나섰습니다. 국내 기업이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높일 기회를 잃고, 국내 핵심 소재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새 주인을 찾은 예별손해보험 인수전도 공정위 판단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OK금융그룹이 과거 오너 일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공정위 제재 결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이 이 결과를 토대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 제재 수위에 따라 최종 매각 여부가 갈릴 전망입니다. 앞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롯데렌탈 인수는 공정위 벽에 막혀 무산됐습니다.
심사 기준이 촘촘해지는 가운데 새로운 규제도 덧대지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최근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분야에서 확산하는 ‘인력확보형 거래’가 영업양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기업결합 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고시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인력확보형 거래는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인력과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인수 방식입니다. 그동안 심사 대상 밖에 있던 형태의 거래까지 절차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도한 규제가 기업들의 기민한 전략적 결단을 제약해 결과적으로 시장 전체의 역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결합에서 지켜볼 날짜는 세 개입니다. 이달 중 나와야 한다고 평가되는 공정위 결론, 11월 19일 임시 주주총회, 12월 31일 주식 교환 예정일입니다. 이 순서 중 하나가 밀리면 그 뒤가 함께 밀립니다. 두 회사의 주주라면 주총 소집 통지와 일정 변경 공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13번의 자료 요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 사이 두나무의 반년치 영업이익은 80% 줄었습니다. 심사 기간은 서류상의 시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 거래의 전제가 바뀌고 있습니다.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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