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6원 오른 날, 코스피는 움직이지 않았다 "파도가 온다는 것을 예측했다고 하더라도 높이(장기금리)가 5%까지 상승하면 라이프가드의 경고음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가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직후 내놓은 진단입니다. 인상 자체는 예상됐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은 13.6원 올랐고, 코스피는 2.56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같은 재료를 두고 두 시장이 다르게 반응한 날이었습니다.
17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뒤 국내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담담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된 이벤트였다는 이유입니다. 대신 움직인 건 환율이었습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6원 오른 1,382.2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최근 내림세를 보이던 흐름이 뒤집혀 3주 만에 다시 1380원대로 올라선 것입니다. 연준의 긴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불거진 결과로 해석됩니다.
문제는 이 인상이 어떤 자리에서 이뤄졌는지입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미 5%를 돌파했고, 우리나라 3년물 국고채 금리도 4%를 넘긴 상태였습니다. 장기금리가 올라 있는 국면에서 정책금리 인상이 더해지자, 구조적 변동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국고채는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고, 이 금리는 은행 대출금리와 회사채 금리의 기준선 역할을 합니다. 이 선이 올라가면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도 함께 따라 올라갑니다.
이날 달러 강세에는 세 가지가 겹쳤습니다. 첫째, 이번 인상이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는 점입니다. 반대표가 없었다는 건 연준 내부의 방향이 한쪽으로 모였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둘째, 내년 점도표 상단을 4.5%로 제시한 연준 위원 수가 이전보다 늘어났습니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이 앞으로 적정하다고 보는 금리 수준을 익명의 점으로 찍어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셋째, 그동안 달러 매입을 미뤄왔던 수입 업체들의 매수 수요가 한꺼번에 몰렸습니다.
환율이 하루에 13.6원 올랐지만, 최근의 원화 강세 흐름이 추세적으로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남강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원화 강세가 강하게 나타났던 부분이 일부 되돌려지는 것으로 본다"며 "연말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늦춰지고 레벨이 다소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식시장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금리 인상이 이미 알려진 재료였다는 점,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우회 공급 소식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시선은 지난달 두 차례 연속 인상, 이른바 '백투백' 인상을 한 한국은행으로 향합니다.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지면 원화 약세와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추가 인상 명분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7월과 8월에 선제적으로 올린 만큼 10월에는 시장을 지켜볼 여유를 확보했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날짜도 엇갈립니다. 10월 금통위는 21~22일 열리지만, 3분기 국내총생산 속보치는 일주일가량 뒤인 다음 달 27일 발표됩니다. 성장률을 확인한 뒤 판단하려면 11월이 된다는 것입니다.
기업 자금 조달 부담은 이미 숫자로 나타났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6일 기준 신용도 AA-급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4.716%로, 2023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금리가 내려가기를 기다리며 발행을 미뤄온 대기업들이 이제 연준의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계산에 넣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4분기 중 3억 달러 조달을 추진하는 한화큐셀아메리카홀딩스처럼 달러채 발행을 준비하던 곳들은 발행 시점을 조정하거나 더 높은 조달 비용을 감수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번 인상의 영향은 주가보다 금리와 환율에서 먼저 나타났습니다. 대출이나 회사채 금리에 관심이 있다면 지켜볼 날짜는 두 개입니다. 3분기 GDP 속보치가 나오는 다음 달 27일, 그리고 그 뒤 열리는 11월 금통위입니다. 조영구 신영증권 선임연구원은 연말 국고채 금리를 3년물 3.9%대, 10년물 4.4%대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국도 움직였습니다. 한국은행은 권민수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국내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했고, 정부도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국채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시장 안정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13.6원이 오른 하루가, 앞으로 두 달의 일정표를 다시 짜게 만든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