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점유율 55%에서 35%로, 정부와 민간이 8조 4,000억을 꺼냈습니다 🧂 "K배터리 위기의 근본 원인은 전기차 캐즘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주력 시장과 주력 제품의 경쟁력 약화입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의 진단입니다. 지난해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30% 늘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한국 배터리 기업의 유럽 점유율은 오히려 내려갔습니다. 시장이 줄어든 게 아니라, 늘어난 시장을 다른 곳이 가져갔다는 뜻입니다.
산업통상부는 2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배터리 산업기술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배터리 3사와 포스코퓨처엠·엘앤에프·에코프로비엠 등 소재 업체가 참석했습니다. 정부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약 4,0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 사업을 새로 만들고, 민간은 2030년까지 연구개발과 설비에 약 8조 원을 넣습니다. 합치면 약 8조 4,000억 원입니다. 이 중 95%가 민간 몫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한국 기업의 유럽 배터리 점유율은 2023년 55%에서 2025년 35%로 떨어졌습니다. 20%포인트가 사라진 셈입니다. 같은 기간 중국 업체는 42%에서 61%로 올라갔습니다. 2023년에는 한국이 앞서 있었지만, 2년 뒤 순위가 뒤집혔습니다. 그사이 유럽 전기차 시장 자체는 30% 성장했습니다. 시장이 커지는 동안 점유율이 깎였다는 건, 수요가 아니라 제품 구성에서 밀렸다는 신호입니다.
그동안 한국 기업의 주력은 하이니켈, 즉 니켈 비중을 높인 NCM 배터리였습니다. 성능은 좋지만 값이 비쌉니다. 저가 시장에 대응할 카드가 마땅치 않았던 겁니다. 이번 로드맵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보급형은 나트륨 배터리가 맡습니다. 2027년 160Wh/kg급을 개발한 뒤 2030년 220Wh/kg급을 확보하는 목표입니다. 나트륨은 리튬보다 원료가 풍부하고 저렴해 보급형 전기차와 전력을 저장해두는 장치인 ESS에 쓸 수 있습니다. 고성능은 전고체가 맡습니다.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쓰는 방식으로, 2027년 시제품, 2028년 400Wh/kg급 개발 완료, 2030년 상용화 일정입니다.
주목할 대목은 경쟁사끼리 손을 잡는 방식입니다. 셀 3사는 파우치형·각형 배터리의 치수 기준을 함께 제안합니다. 차세대 집전체처럼 경쟁이 걸리지 않는 분야에서는 공용 소재 사양을 만듭니다. 소재 업체가 목표 성능과 가격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면 셀 업체가 실증해 구매로 이어주는 공동 연구개발도 2027년부터 추진합니다. 완성차에서 확보한 배터리관리시스템 정보, 즉 배터리의 충·방전 상태를 기록한 데이터는 셀·소재 업체에 제공됩니다. 정부는 평가 절차를 만든 뒤 2030년까지 용도별 차세대 배터리 표준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가격 경쟁력 대책도 함께 갑니다. 정부는 앞서 발표한 국내생산세액공제를 2027년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유럽연합 수준의 재활용 목표를 제시합니다. 시선은 전기차 밖으로도 향합니다. 산업연구원은 세계 ESS 수요가 2023년 185GWh에서 2035년 1,449GWh로 연평균 19%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같은 기간 AI 데이터센터용 무정전전원장치 배터리는 연평균 40% 성장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민우 산업부 산업성장실장은 "대규모 R&D 지원과 제도적 인센티브를 통해 K배터리가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탈환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숫자로 남는 시점은 2030년입니다. 나트륨 220Wh/kg급 상용화, 전고체 본격 상용화, 차세대 배터리 표준 제정이 모두 그해에 걸려 있습니다. 그 앞에 2027년이 있습니다. 나트륨 160Wh/kg급 개발, 전고체 시제품, 공동 연구개발 착수, 국내생산세액공제 적용, 정부 R&D 사업 개시가 모두 2027년입니다. 전고체가 향하는 곳은 고성능 전기차만이 아닙니다. 로봇·드론·도심항공교통까지 적용처로 잡혀 있습니다. 유럽 시장이 30% 커지는 동안 점유율을 20%포인트 잃은 지점에서 출발한 계획이라는 점을, 앞으로 나올 성과 발표와 함께 놓고 보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