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받는 데 30주, 그 틈을 구글 TPU가 파고들었네요 ⏳ 엔비디아 GPU를 주문하면 최종 납품까지 최대 30주가 걸립니다. AI 업계 관계자는 이 병목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틈으로 구글이 들어왔습니다. 자기 클라우드 안에서만 돌리던 AI 반도체를 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했고, 그 공급 거점 중 한 곳으로 한국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22일 IT 업계와 외신을 종합하면, 구글은 올해 들어 TPU 사업 전략을 바꿨습니다. TPU는 구글이 만든 AI 반도체입니다. 특정 연산 방식에만 맞춰 설계해서, 무엇이든 처리하는 범용 반도체 GPU보다 전력을 덜 쓰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동안 구글은 이 칩을 자사 클라우드에만 깔아 검색과 제미나이를 돌리거나, 클라우드 고객사에 빌려줬습니다. 그런데 올 4월 콘퍼런스콜에서 구글클라우드플랫폼이 아닌 외부 데이터센터에도 TPU를 공급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에 필요한 연산 수요가 폭증한다는 전망이 배경입니다.
TPU가 업계의 시선을 끈 시점은 지난해 10월입니다. AI 후발 주자로 여겨졌던 구글이 GPU에 의존하지 않고 최상위급 모델 제미나이 3.0을 내놨고, 여기에 TPU가 대량 투입됐습니다. 성능도 세대마다 올라갔습니다. 최신 제품인 TPU v8은 같은 전력을 쓸 때 학습 성능이 전작 대비 약 3배, 추론 성능은 약 1.8배 높아졌습니다. 외부 수요는 이미 확인됐습니다. 클로드를 만드는 앤트로픽은 TPU 도입 규모를 올해 1GW에서 내년 5GW로 다섯 배 늘리기로 했습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구글이 직접 판매하는 TPU 매출이 2027년 840억 달러(약 116조 원), 2028년 1,08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업계가 구글의 거점으로 한국을 지목하는 근거는 돈의 규모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 따라 2029년까지 8.4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총 550조 원의 민간투자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레이팅스는 한국이 2035년까지 데이터센터 구축에 약 1,200조 원을 투자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대로면 중국에 이어 아시아태평양에서 두 번째로 큰 데이터센터 시장이 됩니다. 또 하나는 공장입니다. 로봇처럼 물리적 환경에서 움직이는 AI, 즉 피지컬 AI는 제조업과 붙어야 실증이 됩니다. 한국의 제조 생태계가 매력 요인으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구글이 처음은 아닙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6월 두 차례 한국을 찾아 협업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6월 방한 때는 빠른 기술 수용 문화, 지정학적 중립 포지션, 세계적 수준의 산업 기반 세 가지를 들며 "피지컬 AI 영역은 한국이 글로벌 중심에 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AMD도 리사 수 CEO의 올해 3월 방한 이후 자사 CPU·GPU를 국산 NPU와 결합하는 개방형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실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국내에 AI 연구센터도 세우기로 했습니다. 구글은 여기에 TPU 인프라뿐 아니라 AI 모델과 보안까지 묶은 풀스택 전략으로 국내 산학연과 접점을 넓히려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재 확보와 반도체 실적을 동시에 노린다는 해석입니다.
국내 산학연 입장에서는 계산할 수 있는 자원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일입니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피지컬 AI 시대까지 대비해야 하는 만큼 연산 자원은 많을수록 좋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같은 자리에서 조건도 달았습니다. "현재로서는 산업계나 학계가 GPU 활용에 익숙한 상황인데, TPU를 통해 얼마나 AI 연구 성과가 나올지가 관건"이라는 진단입니다. 칩이 들어오는 것과 그 칩으로 결과를 내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뜻입니다.
이미 움직인 곳이 있습니다. 카카오는 올해 2월 구글과 전략적 AI 파트너십을 맺고, 온디바이스 AI 서비스 고도화와 자사 AI 개발에 TPU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LG AI연구원도 독자 모델 엑사원을 개발할 때 연산 자원의 일부로 TPU를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투자 액수가 아니라 성과입니다. 30주를 기다리던 자리에 다른 칩이 놓였을 때, 국내 연구 현장이 그 칩으로 무엇을 만들어내는지입니다. 최 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제외하면 피지컬 AI에서 협력할 만한 국가가 한국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미 AI 협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