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체는 내 것, 배터리는 빌린 것 — 국회에서 7개 사업모델이 나왔습니다 🏦 전기차를 살 때 가장 비싼 부품은 배터리입니다. 그런데 그 배터리를 사지 않고 빌려 쓰는 방식이 가능하냐는 논의가 2026년 9월 22일 국회에서 정식 의제로 올랐습니다. 차체는 내 이름으로 등록하고, 배터리는 다른 회사가 소유한 채 매달 구독료를 내는 구조입니다. 이날 발표자들은 이 방식을 막고 있는 것이 기술이 아니라 등록 제도라고 지목했습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손명수 의원실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을 열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논의의 핵심은 하나였습니다. 전기차의 차체와 배터리를 각각 다른 사람이 소유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차체 값만 내고 배터리는 구독이나 리스 형태로 이용하게 됩니다.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거나 중고차로 팔 때 값이 내려가는 문제도, 차주가 아니라 배터리를 소유·운영하는 쪽이 관리하는 구조가 됩니다.
이날 권소담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는 '전기차 배터리의 소유권 분리 법제화 필요성 및 주요국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유럽연합은 배터리의 이력과 성능 정보를 추적해 공시하는 배터리 여권 제도를 두고 있고, 중국에서는 배터리를 차량과 분리해 판매하거나 임대하는 사례가 이미 나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배터리를 부품이 아니라 별도 자산으로 보는 흐름이 해외에서 먼저 제도화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우리 제도의 구조입니다. 권 변호사는 우리나라에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 소유권 등록제도가 있는 만큼, 차량과 별도로 배터리 소유권을 제3자에게 공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등록부에 "이 배터리는 다른 회사 것"이라고 표시할 방법이 없으면, 배터리를 빌려주는 쪽은 자기 자산을 증명할 수단이 없습니다. 정대진 KAMA 회장도 "현행 제도에서는 자동차와 배터리의 소유권을 분리해 등록·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어 배터리 리스·구독 등 새로운 사업 확대에 제약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권 변호사는 자동차관리법 개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배터리의 안전과 사후관리 책임을 누가 지는지 명확히 해야 하고, 차체 소유자와 배터리 소유자가 다른 거래구조에 맞게 보험제도도 손봐야 합니다. 전기차 보조금을 누구에게 주느냐는 지급기준, 차체와 배터리를 나눠 과세하는 분리과세 근거까지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제언이었습니다. 소유권을 쪼개는 순간 책임과 세금, 보조금의 귀속처가 모두 다시 정리돼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종욱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소유권 분리를 전제로 7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배터리 구독(BaaS), 배터리 뱅크, 배터리 교체·용량 유연화, 이동형 에너지,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망과 연결해 쓰는 V2G·VPP, 진단·가치평가, 생애주기 순환입니다. 이 교수는 배터리를 자동차산업에서 금융·에너지·데이터·자원순환을 연결하는 독립 자산으로 쓸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차량 운행이 끝난 뒤에도 재제조·재사용·재활용이 가능한 순환자원이라는 점이 근거입니다.
토론은 엄성복 한국자동차안전학회 부설연구소장이 좌장을 맡았습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산업통상부 자동차과, 기후에너지환경부 탈탄소녹색수송혁신과 담당 과장이 함께 참여했고, LG에너지솔루션, 현대캐피탈, 포엔,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관계자도 자리했습니다. 손명수 의원은 "배터리 소유권 분리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전기차의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기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켜볼 것은 법안 하나입니다. 엄 소장은 토론에서 배터리 소유권 분리를 통한 산업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본회의 통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차체만 사고 배터리는 빌리는 방식의 전기차 구매는 국내에서 정식으로 등록될 수 없습니다. 22일 국회에서 논의된 7개 사업모델도 모두 이 등록 근거 위에 놓여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