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 봉투에 버려지던 우유팩, 정부·기업 8곳이 대전공장에 모인 이유 🥛 2026년 9월 21일, 한솔제지 대전공장에 정부 부처와 우유·포장재·재활용 업계 관계자들이 모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간 이야기의 출발점은 냉장고 옆 분리수거함입니다. 어제 아침 마신 우유팩이 종량제 봉투에 들어갔거나, 신문지·박스와 한데 섞여 나갔다면 그 종이팩은 다시 종이가 되지 못하고 태워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종이팩은 고품질 천연펄프로 만들어져 재활용 가치가 높은데도 그래 왔습니다.
한솔제지는 2026년 9월 23일, 이틀 전 대전공장에서 '종이팩 재활용체계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협약에 참여한 곳은 한솔제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서울우유, 매일유업, 종이팩 재활용협의회, 쌍용씨앤비, SIG콤비블록코리아, 테트라팩 등 8곳입니다. 우유를 담아 파는 쪽, 종이팩을 만드는 쪽, 회수해 선별하는 쪽, 그리고 정책을 만드는 쪽이 한 문서에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협약의 목표는 회수부터 선별, 재생원료 생산, 제품 활용까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재활용 체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종이팩이 재활용에서 갖는 강점은 원료입니다. 고품질 천연펄프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시 풀어내면 여러 종이제품의 원료로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배출 단계에서는 이 강점이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종량제 봉투에 그대로 버려지거나 일반 폐지와 섞여 나오는 경우가 많았고, 그 결과 상당량이 소각돼 왔습니다. 자원으로서의 가치와 실제 처리 결과가 어긋나 있던 셈입니다. 이번 협약은 그 어긋남을 배출 이후 단계에서부터 다시 맞춰보려는 시도입니다.
협약의 내용은 역할 분담으로 짜여 있습니다. 포장재를 생산·유통하며 법령상 재활용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 재활용의무생산자는 재활용지원금 분담과 재활용 제품 구매 확대를 추진합니다. 종이팩 제조사는 재활용이 더 잘 되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선별체계를 고도화하는 일을 지원합니다. 재활용업계는 회수된 종이팩을 선별해 재생 종이제품을 만듭니다. 돈을 대는 쪽, 만드는 쪽, 처리하는 쪽이 각각 다른 지점을 맡는 구조입니다.
한솔제지의 역할은 마지막 연결 고리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 백판지 생산기지인 대전공장의 종이팩 재활용 설비로 재생펄프를 만들고, 이를 백판지 등 종이제품 원료로 다시 투입할 계획입니다. 종이팩이 생산돼 소비되고, 회수·재활용을 거쳐 다시 종이제품으로 나오는 '닫힌 고리' 순환체계를 만든다는 구상입니다. 고리가 닫히려면 앞 단계가 모두 작동해야 합니다. 설비가 있어도 종이팩이 모여 들어오지 않으면 재생펄프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 대목에서 정부가 말한 과제가 눈에 띕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번 협약은 종이팩의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순환체계로 연결해 나가는 뜻깊은 약속"이라며 "종이팩 재활용체계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종이팩 분리배출 체계 구축 등 제도적 기반 마련과 정책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업 간 협약이 체결된 날에도, 배출 단계의 제도적 기반은 앞으로 만들어야 할 일로 언급됐습니다. 한경록 한솔제지 대표는 "고품질 천연펄프로 만들어진 종이팩은 재활용을 통해 다시 다양한 종이제품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종이팩의 생산부터 회수·재생까지 이어지는 자원순환 생태계 구축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종이팩이 소각으로 가는 갈림길은 공장이 아니라 집에 있습니다. 원문에 적힌 소각 사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종량제 봉투에 버려지는 것, 그리고 일반 폐지와 섞여 배출되는 것입니다. 우유팩을 신문지·종이상자와 같은 묶음에 넣지 않고 따로 모아 내놓는 것만으로 이 두 경로를 피할 수 있습니다. 대전공장 설비가 재생펄프를 만들어낼 재료도 거기서 나옵니다. 어제 아침 마신 우유팩이 다시 종이가 될지 태워질지는, 아직 그 봉투를 묶기 전이라면 바뀔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