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아닌 생활용품 회사가 상장 첫날 285% 올랐다고? 🧺 공모가는 1만 2,000원이었습니다. 23일 코스닥에 상장한 와이즈플래닛컴퍼니의 첫날 종가는 4만 6,300원. 285.83% 오른 값입니다. 인공지능 회사가 아니라 생활용품을 파는 소매 업체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이달의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23일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와이즈플래닛컴퍼니는 상장 첫날 공모가의 4배에 해당하는 이른바 '따따블' 직전까지 올랐습니다. 코스닥은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4배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조짐은 청약에서 이미 나왔습니다. 일반청약 경쟁률 1,478대 1, 청약증거금 약 3조 5,500억 원이었습니다. 이달 4일 상장한 스카이랩스와 21일 상장한 네오사피엔스도 23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각각 129.5%, 158% 높은 가격입니다. 이달 상장한 새내기주가 나란히 공모가 위에 있는 상태입니다.
한 달 전 풍경은 정반대였습니다. 지난달 초 코스닥 지수가 800선마저 무너지자, 새내기주 6곳 중 4곳이 상장 첫날 종가부터 공모가를 밑돌았습니다. 딜리셔스는 23일 종가가 공모가보다 53.71% 낮고, 기도산업은 55.28%, 해치텍은 44.17%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상장 첫날 손실이 그대로 굳어진 셈입니다. 같은 시장이 한 달 만에 정반대 결과를 낸 이유는 회사가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가격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공모가는 기관투자자들에게 미리 수요를 물어보는 수요예측을 거쳐 정해집니다. 스카이랩스는 희망 공모가 범위를 1만 3,000~1만 6,000원으로 제시했고, 접수 물량의 약 40%가 하단 이상 가격에 베팅했습니다. 그런데 최종 공모가는 하단보다도 낮은 1만 원이었습니다. 네오사피엔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희망 범위는 1만 3,800~1만 5,800원, 신청 물량의 50.77%가 하단 가격을 써냈지만 공모가는 1만 원으로 확정됐습니다. 시장 조정을 감안해 몸값을 먼저 낮추자, 상장 이후 올라갈 여지가 그만큼 넓어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빠져나갔던 개인 자금이 돌아온 흐름도 뚜렷합니다. 8월에 일반청약을 진행한 6곳 중 딜리셔스는 10대 1, 기도산업은 5.5대 1에 그쳤고 증거금도 수백억 원대였습니다. 이달 14일부터 청약을 받은 와이즈플래닛컴퍼니(1,478대 1)를 시작으로 빅웨이브로보틱스(1,375대 1), 덕산넵코어스(332대 1), 브릴스(1,676대 1)는 모두 조 단위 증거금을 모았습니다. 한 달 사이 경쟁률이 수백 배 차이로 벌어진 것입니다.
분위기와 별개로 올해 숫자는 좋지 않습니다. 23일 기준 스팩 합병을 포함한 코스닥 신규 상장은 3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1건의 절반 수준입니다. 스팩은 기업 인수·합병만을 목적으로 세운 서류상 회사로, 비상장 기업이 이와 합병해 우회 상장하는 데 쓰입니다. 이대로면 2015년 70건 이후 연간 최저치에 근접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그간 예비 심사 문턱을 높였던 한국거래소가 방향을 틀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달에만 스팩을 제외한 11곳이 코스닥 예비 심사를 통과해 올해 월간 최다를 기록했고, 하반기 이후 심사를 중도 철회한 기업은 모비어스·텔레픽스 2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곳보다 줄었습니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우량 기업 유치는 그대로 이어가되 큰 이슈가 없다면 유연하게 상장을 허용해주는 방안이 힘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4분기에는 덩치가 큰 회사들이 등장합니다. 상반기에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5,000억 원을 넘긴 코스닥 새내기주는 스트라드비젼(6,600억 원), 인제니아테라퓨틱스(5,938억 원), 채비(5,700억 원) 3곳뿐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AI 기업 엘리스그룹은 최대 1조 원의 시가총액을 목표로 다음 달 1일까지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거래소 심사를 받고 있는 마더스제약·오토핸즈도 4분기 내 공모를 목표로 합니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은 코스피보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만큼 가격적인 매력이 나타날 수 있는 구간"이라면서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려면 글로벌 유동성과 금리,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달 급등한 종목들의 공통점은 업종이 아니라 가격입니다. 스카이랩스와 네오사피엔스는 기관 수요가 희망 범위 하단에 몰렸는데도 공모가를 그 하단보다 낮춰 확정했습니다. 반대로 8월에 공모가를 밑돈 종목들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40~55% 낮은 가격에 머물러 있습니다. 희망 공모가 범위, 수요예측 결과, 최종 확정 공모가는 모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의 증권신고서와 정정신고서에 공개됩니다. 공모가 1만 2,000원이 4만 6,300원이 된 23일의 기록도, 그 출발점은 공시 문서 한 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