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 완판에 물량 180% 증가, 한국 취향이 본사 기획을 바꿉니다 👟 "한국 시장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먼저 테스트하고 시장의 평가를 볼 수 있는 핵심 거점입니다." 캣 킴 빈스 디지털·마케팅 총괄 부사장이 이달 초 한국에서 한 말입니다. 미국 럭셔리 브랜드 빈스는 이 자리에서 한국 전용 상품 라인을 처음으로 행사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한국에서만 파는 옷을 한국에서 먼저 보여준 겁니다. 그리고 이런 사례는 빈스 한 곳에 그치지 않습니다.
◾ 9월 초, 한국 전용 아우터 20여 벌이 걸렸다
LF에 따르면 빈스는 이달 초 '코리안 익스클루시브'를 앞세워 2026년 가을·겨울 시즌 프리뷰 행사를 열었습니다. 코리안 익스클루시브는 글로벌 본사와 협업해 한국 시장 전용으로 따로 기획한 상품 라인입니다. 다운과 캐시미어, 페이크 퍼처럼 겨울에 활용도가 높은 소재를 중심으로 아우터 20여 개 스타일을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겨울 기후와 고객 취향을 반영했다는 것이 LF 설명입니다.
◾ 수입만 하던 시절은 지났다
과거 글로벌 패션 브랜드는 본사가 만든 컬렉션을 한국에 들여와 판매하는 데 그쳤습니다. 지금은 기획 단계부터 한국 의견이 들어갑니다. 이자벨마랑의 26FW 프리 컬렉션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늘었습니다. 201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대표 슈즈 '베켓'은 레트로 흐름을 타고 국내 10~20대 사이에서 다시 주목받았고, 올해 들어 일부 인기 컬러가 세 차례 리오더와 완판을 기록했습니다. LF는 26FW 국내 운영 물량을 전년 대비 180% 늘렸습니다.
◾ 한국 겨울이 기획서에 들어갔다
한국 고객의 구매력과 컬렉션 관여도가 높아진 점이 협업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힙니다. 운영 방식도 촘촘해졌습니다. LF와 이자벨마랑 본사는 글로벌 리오더 현황을 일주일 단위로 점검합니다. 리오더는 팔린 상품을 본사에 다시 주문해 들여오는 것을 말합니다. LF는 여기에 더해 한국 고객의 요구를 바탕으로 컬러와 소재를 특별히 요청하는 '스페셜 리퀘스트' 상품도 본사에 제안하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 시작해 도쿄·상하이로 간다
한국 취향이 반영된 상품이 한국에만 남는 것도 아닙니다. 이탈리아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 포르테포르테는 LF가 한국 고객 취향을 바탕으로 제안한 자카드 봄버 재킷, 가죽 재킷, 에코퍼 롱 코트를 이번 FW 글로벌 컬렉션에 반영했습니다. 한국의 높은 겨울 아우터 수요에서 출발해 개발을 제안한 푸퍼 재킷은 앞으로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 "감탄한다"와 "함께 만든다"
브랜드 본사와 국내 전개사가 보는 지점은 조금 다릅니다. 캣 킴 빈스 부사장은 "한국 고객들이 지닌 세련미에 늘 감탄하고 있다"며 한국을 아이디어를 먼저 시험하는 거점으로 설명했습니다. LF 수입사업실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가 한국을 단순한 판매 국가가 아닌 브랜드 성장을 함께 만들어가는 전략적 파트너로 바라보고 있다"며 "한국에서 축적한 고객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상품 기획과 마케팅 단계부터 본사와 함께 논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같은 브랜드, 같은 시즌이라도 한국 매장의 구성은 다를 수 있습니다. 코리안 익스클루시브나 스페셜 리퀘스트처럼 한국 전용으로 기획된 상품은 해외 매장에서 찾기 어려울 수 있고, 반대로 한국에서 제안한 상품이 글로벌 컬렉션에 실려 일본·중국에서도 판매될 수 있습니다. 찾던 컬러가 품절됐다면 리오더 계획을 매장에 확인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달 초 프리뷰에 걸린 아우터 20여 벌은, 한국 고객의 취향이 판매 단계가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 반영된 결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