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4,547만 원 디펜더 옥타, 시승은 포장도로에서만 했다고? 🌊 시동을 걸면 웅장한 저음이 으르렁거립니다. 그런데 막상 달리기 시작하면 조용합니다. 전장 5,003㎜의 덩치인데 주행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정숙했습니다.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 블랙, 국내 소비자 가격은 2억 4,547만 원입니다. 그런데 이 차의 진가라고 소개된 능력은 이번 시승에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블랙 아닌 곳을 못 찾았다
2026년 9월 시승한 디펜더 옥타 블랙에서는 검은색이 아닌 부분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디펜더 컬러 팔레트 중 순도가 가장 높은 검은색인 나르비크 블랙을 썼습니다. 여기에 30개 이상의 디자인 요소를 추가로 검게 처리했습니다. 초록색이 시그니처인 타원형 랜드로버 그릴 로고까지 블랙입니다. 차명 옥타는 정팔면체를 뜻하는 옥타헤드론에서 왔습니다. 다이아몬드의 결정 구조가 정팔면체라는 점에서 착안해 강인함과 고급스러움을 담았다는 게 랜드로버의 설명입니다.
◾ 일반 디펜더보다 28㎜ 더 높다
디펜더 옥타는 디펜더 계열의 최상위 모델입니다. 전장 5,003㎜, 전고 1,995㎜, 휠베이스 3,023㎜로 도로에서 차지하는 부피가 큽니다. 일반 모델과 갈리는 지점은 지상고입니다. 노면과 차 바닥 사이 간격이 28㎜ 더 높습니다. 높은 차체와 지상고는 오프로드에 최적화한 설계의 결과라는 것이 랜드로버의 설명입니다.
◾ 4초 만에 시속 100㎞에 닿는다
동력은 4.4리터 V8 트윈터보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에서 나옵니다. 최고 출력은 635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는 4초가 걸립니다. 페달을 밟는 대로 치고 나가는 응답성이 느껴졌습니다. 대형 SUV는 코너를 돌 때 차체가 한쪽으로 기우는 롤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 차는 비교적 안정적인 주행감을 보였습니다.
◾ 1m 도강은 설명으로만 들었다
이번 시승은 일반도로에서만 진행됐습니다. 오프로드 성능은 랜드로버가 제시한 설계 기준값으로만 접할 수 있었습니다. 랜드로버에 따르면 일반 디펜더는 최대 90㎝, 디펜더 옥타는 약 1m 수심까지 물을 건널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차량이 수심을 감지해 화면에 표시하고 엔진과 흡기 시스템을 보호하도록 제어합니다. 진입각은 37.5도이며, 바퀴 하나가 공중에 뜨면 이를 인식해 접지력이 남은 바퀴로만 힘을 보낸다고 합니다. 이 수치들은 이번 주행에서 확인된 값이 아닙니다.
◾ 버튼을 1.5초 누르면 실내가 붉어진다
스티어링 휠 버튼을 1.5초 이상 누르면 전용 옥타 모드가 켜집니다. 버튼과 패들 시프트, 실내 조명이 강렬한 레드로 바뀝니다. 오프로드 주행에서 가속과 제동, 트랙션 제어를 최적화하는 모드입니다. 승차감의 근거로 랜드로버는 "6D 다이내믹스 서스펜션이 온로드에서 롤링을 억제하는 동시에 오프로드에서 극한의 휠 아티큘레이션 (굴절량)을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한 장치로 함께 잡겠다는 설계 방향입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지금 확인 가능한 숫자는 두 종류로 나뉩니다. 실측 공인값인 연비는 도심 6.3㎞/ℓ, 고속도로 8.1㎞/ℓ입니다. 반면 약 1m 도강, 37.5도 진입각, 지상고 28㎜ 같은 값은 랜드로버가 제시한 설계·제원 기준입니다. 가격 2억 4,547만 원을 판단할 때 두 층위를 섞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시동을 걸 때 들리는 저음과 정숙한 주행감은 포장도로에서도 그대로 느껄 수 있었지만, 그 뒤의 능력은 아직 설명서 안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