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엄청난 양의 석유가 빠져나갔고 29척의 선박도 나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입니다. 이 문장은 이란의 평화안을 거절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란은 조건만 맞으면 7일 안에 해협을 다시 열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제안을 받지 않았습니다.
◾ 거절한다고 직접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백악관에서 "내가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란이 너무나 크게 패배하고 있어 해협을 즉시 개방하는 합의를 맺고 싶어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합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 합의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합의 자체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이란이 내놓은 조건을 거부한 것입니다.
◾ 하루 전, 이란은 카타르를 통해 문서를 보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5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7일 계획을 카타르를 통해 미국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조건이 충족되면 7일 이내에 통항이 재개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하루 뒤 트럼프 대통령의 거절 발언이 나왔습니다. 제안에서 거절까지 걸린 시간은 24시간 남짓입니다.
◾ 7일 계획에 새로운 조건은 없었다
아라그치 장관은 그 조건이 이미 종전 양해각서(MOU)에 담겨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MOU는 이란과 미국이 앞서 체결한 문서로, 이란 자산 동결 해제, 이란 석유 수출 등에 대한 제재 완화, 모든 전선에서의 종전이 들어 있습니다. 즉 이란은 새 요구를 더한 게 아니라, 기존 문서의 이행을 조건으로 걸었습니다. 이란 측이 "조율이 끝났다"고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6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 평화안이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조율을 마친 사안이라고 역설했습니다.
◾ 이미 원유가 나가고 있다는 것이 거절의 근거다
해협이 막혀 있다면 미국도 빨리 열어야 할 이유가 생깁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어젯밤에만 선박 29척이 빠져나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발언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적지 않은 원유가 이미 수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이란의 제안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란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의 값이 떨어진 셈입니다.
◾ 11월 이후를 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제시한 휴전안에 회의적 입장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나아가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폭격을 재개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이는 당국자 인용 보도이며, 미국 정부가 공식 확인한 방침은 아닙니다.
◾ 이란은 아직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반응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중재자들로부터 우리에게 전달된 내용은 없고 중재자들을 통해 확실한 입장이 전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자회견장의 거절과 외교 경로의 통보 사이에 시차가 있는 상태입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지금 확정된 것은 한 가지입니다. 이란의 7일 계획은 공개 발언 수준에서 거절됐고, 해협 통항 정상화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음 확인 지점은 날짜로 남아 있습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아라그치 장관은 30일까지 체류할 예정입니다. 그 사이 중재자인 카타르를 통해 미국의 공식 입장이 이란에 전달되는지를 보면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절의 근거로 든 "29척"이 계속 유지되는지도 함께 볼 대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