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닷새 뒤 문 여는데 자리 열에 넷이 빈 채로 시작합니다 🪑 "수사는 사람, 즉 선발된 수사관들이 하게 되는 것입니다. 시작부터 인력을 채우지 못해 제 기능을 발휘할지 의문입니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가 27일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대범죄수사청은 다음 달 2일 본청과 서울·부산·수원·대구·광주·대전 6개 지방청의 문을 엽니다. 개청까지 닷새가 남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확보된 인력은 정원의 58%입니다. 청장 자리도 아직 비어 있습니다.
◾ 2,566개 자리 중 1,674개가 채워졌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1차 특례 임용에서 총 1,674명을 확정했습니다. 특례 임용은 중수청 개청을 위해 기존 검찰청 소속 검사와 직원을 일반 공채 절차 없이 전환·선발하는 방식입니다. 전체 정원은 중수청장을 제외한 5급 이상 629명과 6급 이하 1,937명을 합쳐 2,566명입니다. 1,674명이면 58.24%입니다. 892자리가 빈 상태로 문을 여는 셈입니다.
◾ 간부 자리가 더 많이 비었다
빈자리가 골고루 퍼져 있지 않습니다. 5급 이상 임용자는 212명으로, 정원 629명의 33.7%입니다. 이 중 검사는 80명입니다. 수사를 지휘하고 방향을 정하는 간부 자리 열 개 중 일곱 개가 비어 있다는 뜻입니다. 6급 이하 수사관은 1,462명이 임용돼 정원 1,937명보다 475명 부족합니다. 비율로는 75.5%로 간부급보다 사정이 낫습니다. 수사할 사람은 어느 정도 모였는데, 지휘할 사람이 없는 구조입니다.
◾ 2차 임용을 다 뽑아도 65%다
2차 특례 임용은 15일부터 20일까지 신청을 받았습니다. 신청한 검찰청 소속 검사와 직원은 201명입니다. 이 201명을 한 명도 탈락시키지 않고 전원 임용한다고 가정해도 총 임용자는 1,875명, 정원의 65.24%입니다. 1차에서 58%, 2차를 다 채워도 65%. 남은 690여 자리는 개청 이후에 따로 뽑아야 합니다.
◾ 뽑은 기준을 두고 의혹이 나왔다
숫자만 문제가 아닙니다. 앞의 법조계 관계자는 선발 기준을 지적했습니다. 임용자 일부는 과거 음주운전 경력이 있거나 비리 의혹으로 감찰을 받았는데도 선발됐고, 반대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공인전문수사관 중 상당수가 별다른 사유 없이 탈락했다는 것입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문제는 인력의 많고 적음이 아닌 전문성"이라며 "새 조직 설립이 급하게 진행돼 엉망으로 만들어진 상황에서 제대로 전문성이 수사 과정에서 발휘될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 청장 지명 19일째, 청문회는 시작도 못 했다
김지용 변호사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초대 중수청장 최종 후보자로 지명된 것은 8일입니다. 27일 현재까지 인사청문회 절차조차 시작되지 못했습니다. 김 후보자가 과거 검수완박, 즉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폐지하는 입법에 반대하는 검사장 성명에 참여했고 '친윤 검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대통령실이 추가 검증에 착수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여권 강경파를 중심으로 지명 철회 요구가 이어지자 행안부는 17일 이례적으로 별도 브리핑을 열어 직접 해명에 나섰습니다.
◾ 수사 공백은 이미 시작됐다는 진단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검사실에 미제 사건이 500건이 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검찰개혁과 함께 특별검사 출범에 따른 검사 파견 등으로 민생 사건 수사가 사실상 중단되는 등 수사 공백은 이미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차 교수는 "기록조차 제대로 보지 못해 공소시효가 언제 완성되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새 형사·사법 체제 출범 이후 수사 공백이 더 가중되면서 국민들에게 가시적으로 와닿는 날이 곧 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큰 사건 몇 개를 수사할 수는 있으나,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사기 사건 등 민생 사건을 수사하기에는 쉽지 않은 인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10월 2일 이후 대형 사기 같은 민생 사건을 신고하거나 상담해야 한다면, 담당 기관이 어디인지부터 확인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중수청은 개청과 동시에 직제에 따른 인사 완료, 형사사법정보시스템(수사·기소 등 형사사법 절차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전산망) 정상화, 1호 사건 선정과 수사 착수, 그리고 890여 명의 부족 인원 선발을 한꺼번에 해내야 합니다. 닷새 뒤 6개 지방청이 동시에 문을 엽니다. 지휘할 간부는 정원의 3분의 1이고, 청장 자리는 비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