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 하나도 못 가져왔습니다 🥾 2026년 9월 27일,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 인력 40여 명이 비무장지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지난 21일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이 일어난 지점을 찾아가는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사단은 폭발 발생 추정 지점까지는 끝내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지뢰 파편도 한 조각 수거하지 못한 채 돌아왔습니다. 이 파편이 사고 원인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단서입니다.
◾ 엿새가 지나서야 들어갔다
사고는 9월 21일에 일어났습니다. 우리 군 작전병력이 지뢰 탐지기를 들고 처음으로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 폭발이 발생했고,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합참과 유엔사의 합동 현장조사가 시작된 것은 엿새 뒤인 27일입니다. 이날 조사에는 우리 군 작전병력, 군사정전위원회 비서장을 포함한 유엔사 인력, 조사기관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21일 사고 당시 작전을 수행했던 일부 간부도 조사에 합류했습니다. 합참은 "우리 군과 유엔사는 오늘 합동으로 폭발 발생 추정 지점 인근까지 접근했다"고 밝혔습니다. 인근까지, 였습니다.
◾ 파편이 필요한 이유
폭발물이 북한군 지뢰인지 아군 지뢰인지를 가리는 열쇠가 파편입니다. 지뢰의 재원, 즉 어느 쪽이 만들고 언제 어디에 매설한 것인지를 확인해야 답이 나옵니다. 합참은 현장 파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다른 증거물은 이미 넘겼습니다. 부상자가 착용했던 지뢰 덧신 등 장구류, 화약흔을 채취한 거즈, 수술 과정에서 제거한 파편을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성분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1차 감정 결과는 27일이 속한 주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장조사에서 추가로 발견되는 물품도 정밀 감정 대상입니다.
◾ 북한 지뢰로 확인되면 정전협정 문제가 된다
가장 민감한 가능성은 북한군 지뢰입니다. 북한은 2023년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뒤 군사분계선 일대에 지뢰를 매설하고 전술도로와 방벽을 세우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벌여왔습니다. 군사분계선은 정전협정에 따라 설정된 남북 간 경계선이고, DMZ는 이 선을 기준으로 남북 각 2km 이내 구역입니다. 이번 폭발을 일으킨 지뢰가 그 요새화 과정에서 매설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정부의 대응도 불가피해집니다.
◾ 수십 m라는 거리가 남아 있다
야권은 사고 발생 초기부터 북한군 지뢰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한국군이 쓰는 M14 대인지뢰는 보호 장구를 착용한 경우 이번처럼 중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파괴력이 더 강한 북한군 목함 지뢰가 지목됐습니다. 목함 지뢰는 목재 상자 형태여서 금속 탐지기로 찾기 어렵고, M14보다 파괴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사고 지역은 북한이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과 수십 m 떨어져 있습니다. 집중호우로 떠내려온 북측 지뢰가 인천 강화군 해안가에서 발견된 전례가 있어, 유실 지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늑장이냐, 안전조치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위원들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시간이 흐르고 비가 내리면 현장이 훼손되고, 정확한 원인 규명이 힘들다"며 "혹시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것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합참은 조사 지연이 아니라 2차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가 우선이었다고 반박합니다. 합참은 "우리 작전병력들이 지뢰 탐지기를 활용, 처음으로 수색로를 개척하다가 폭발 상황이 발생해 위험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상적인 수색로가 아니라 성인 허리 높이까지 수풀이 자란 지역이라 추가 폭발 위험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유엔사도 철저한 안전 대책을 우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협조하고 있다고 합참은 전했습니다. 합참은 26일 기동로 확보와 작전 환경 조사에 나선 사실을 밝히며 이례적으로 현장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 유엔사와의 협조를 둘러싼 진실 다툼
우리 군과 유엔사 사이의 '갈등 논란'도 쟁점이 됐습니다. 합참은 25일 "유엔사 군정위가 22일 25사단을 방문해 폭발 상황과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합동 현장조사 관련 사안을 협조했다"며 "유엔사의 조사 요구에 우리 군이 시간을 끌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군정위는 정전협정 이행을 감독하기 위해 유엔사 측과 북한·중국 측이 공동으로 구성한 기구입니다. 반면 국회 외통위 소속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유엔사가 자료와 보디캠 영상, 부상자 인터뷰 자료 공유 및 현장 출입 등을 요청했으나 우리 군이 거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합참은 이를 정면 반박하며 26일 사전조사와 27일 현장조사 등 협조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습니다. 합참은 또 한 의원이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현장조사 일정까지 공개했다며 "작전 계획은 보안 사항으로 노출될 경우 우리 군 장병들과 조사단의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이번 주중 나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감정 결과가 첫 번째 분기점입니다. 다만 이 감정은 부상자 장구류와 화약흔, 수술 중 제거한 파편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현장에 남은 지뢰 파편은 아직 수거되지 않았습니다. 감정 결과를 볼 때 무엇을 분석한 것인지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28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이 육군 25사단 관할 DMZ를 방문해 현장 점검에 나설 예정입니다. 국방위원들도 함께 참석하지만 국민의힘 국방위원들은 '보여주기식 방문'이라며 불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조사단이 폭발 발생 추정 지점까지 실제로 도달했는지, 파편을 확보했는지가 다음 확인 지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