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물량 더 줄어든다
“탈락 단지를 내년으로 순차 배정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성남시청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올해 떨어진 구역에 내년 순번을 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분당에서 재건축 첫 단계인 구역 지정을 신청한 단지 상당수가 탈락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남은 선택은 최소 1년을 더 기다린 뒤, 처음부터 다시 경쟁하는 것입니다.
9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성남시가 6월 1일까지 접수한 분당 노후계획도시 2차 특별정비구역 지정 정비계획 본안 신청은 결합개발구역을 포함해 총 43건, 50개 구역, 6만 6,037가구였습니다. 올해 분당에 배정된 물량은 1만 2,000가구입니다. 신청이 배정 물량의 5.5배로 몰린 것입니다. 분당뿐 아니라 평촌신도시에서도 배정 물량의 3~5배가 넘는 신청이 접수됐습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정부가 2027년 착공을 약속하며 추진해온 사업입니다. 그런데 1차 선도지구 착공 일정부터 1~2년 뒤로 밀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앞선 단계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그 뒤를 따라야 할 2차 구역은 아직 지정 단계에서 대기 중입니다. 시작 지점과 착공 지점에서 지연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양새입니다.
특별정비구역은 1기 신도시 같은 노후계획도시를 재건축하기 위해 지자체가 지정하는 구역입니다. 여기에는 연차별 허용 정비 물량이라는 한도가 걸려 있습니다. 한 해에 지정할 수 있는 가구 수가 기본계획에 미리 정해져 있고, 신청 단지들은 그 한도 안에서 선정 경쟁을 합니다. 여러 구역을 하나로 묶어 함께 개발하는 결합개발구역도 이번 신청에 포함됐습니다. 신청이 한도를 넘어서면, 나머지는 지정되지 못합니다.
탈락한 구역이 다음 해에 우선권을 갖는 구조는 아닙니다. 성남시청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내년 물량이 배정되면 다시 원점부터 시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내년 여건은 올해보다 좁습니다. 같은 관계자는 “내년 기본계획상 배정 물량은 1만 가구로 올해보다 더 줄어든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1만 2,000가구에서 2,000가구가 줄어드는 셈입니다. 탈락 구역이 다시 신청해도, 경쟁해야 할 자리는 올해보다 적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의 첫 단계인 구역 지정부터 병목이 생기는 점을 문제로 봅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사업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단지도 주민 갈등 등 예상치 못한 문제로 속도가 느려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초기 인허가 단계에서부터 제한을 두기보다는 보다 유연한 물량 배정과 이주 대책 수립을 통해 공급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속도를 올리려면 연차별 허용 정비 물량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내 단지의 순서를 가늠하는 기준은 사업성 평가가 아니라, 그해 지자체에 배정된 물량입니다. 분당의 경우 올해 1만 2,000가구, 내년 1만 가구입니다. 이 숫자는 성남시 노후계획도시 기본계획에 담기며, 구역 지정 결과와 다음 회차 일정도 시 공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탈락한 구역에는 순번이 남지 않고, 다음 해에 다시 처음부터 신청해야 합니다. 6만 6,037가구가 1만 2,000가구를 놓고 겨룬 이번 접수의 의미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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