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7000만 대 분량이 소금호수 아래 묻혀 있습니다 해발 4000m 안데스산맥 기슭. 붉은 황토빛 메마른 땅이 끝없이 펼쳐진 그곳에서 포스코홀딩스가 리튬을 캐내고 있습니다. 땅 이름은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사업 이름은 '황금소금(Sal de Oro)'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600억 달러, 우리 돈 약 82조 8000억 원어치의 리튬이 지하에 잠들어 있습니다. 이 숫자는 처음부터 예상된 게 아니었습니다.
포스코홀딩스가 2018년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광권을 처음 인수했을 때 예상 매장량은 탄산리튬 기준 220만 톤이었습니다. 이후 지속적인 탐사 끝에 1350만 톤을 확인했습니다. 초기 예상의 6배입니다. 여기에 인근 옴브레 무에르토 노스 염호 광권을 추가로 매입해 150만 톤을 더 확보했습니다. 현재 확인된 매장량은 1500만 톤으로, 아르헨티나 현존 염호 중 농도가 가장 짙습니다. ℓ당 평균 921㎎의 리튬이 녹아 있는 수치입니다. 채굴 가능성과 수율을 고려한 실제 생산 가능량은 약 300만 톤으로 전망됩니다. 전기차 약 7000만 대 분량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며, 현 시세(톤당 2만 달러) 기준으로 600억 달러에 해당합니다.
2018년 광권 인수 이후 포스코홀딩스는 탐사와 공장 건설을 단계적으로 진행해왔습니다. 현재 가동 중인 염수리튬 1공장은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전기투석 원리로 리튬을 선택적으로 추출하고, 생산 과정에서 인산과 황산을 회수해 재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올해 10월에는 염수리튬 2공장이 준공될 예정입니다. 이번에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됐습니다. 3공장은 2027년 투자 승인, 2030년 준공, 4공장은 2030년 투자 승인, 2033년 준공이 목표입니다. 1·2·3·4공장 각각의 생산 규모는 연 2만 5000톤으로, 완공 시 아르헨티나에서만 총 10만 톤의 연간 생산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리튬 생산의 첫 단계는 폰드(pond), 즉 인공 연못입니다. 지하 최대 600m에서 끌어올린 염수를 햇볕에 말려 농축하는 염전 역할을 합니다. 포스코홀딩스가 확보한 염호 총면적은 287㎢로 서울시 면적의 약 47%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폰드 면적만 8.92㎢, 축구장 1250개를 합친 크기입니다. 염수는 폰드에서 폰드로 이동하며 서서히 농축됩니다. 한 폰드에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데 약 1개월. 3~4개월에 걸쳐 ℓ당 평균 4000㎎까지 농도가 높아집니다. 2공장은 이 농축 기간이 9개월로 1공장보다 길지만, 별도의 부원료 투입 없이 햇빛과 바람만으로 운영해 경제성이 높습니다. 농축이 끝난 염수는 공장에서 탄산리튬 또는 인산리튬으로 전환됩니다. 1공장의 하공정은 아르헨티나 구에메스시에, 2공장의 하공정은 전남 율촌 산업단지에 건설 중입니다. 최종 생산물인 수산화리튬은 NCM 양극재를 주로 생산하는 국내 배터리 3사에 공급됩니다.
지난달 말 포스코아르헨티나는 아르헨티나 정부로부터 대규모 투자 인센티브 제도(RIGI) 최종 승인을 받았습니다.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입니다. 승인 시점은 이재명 대통령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간 정상회담 직전이었습니다. 이 제도가 담고 있는 내용은 구체적입니다. 법인세 인하와 관세 면제 등 30년간 9억 달러 이상의 세제 혜택, 수출 대금의 단계적 외화 보유 허용이 포함됩니다. 아르헨티나는 외환 규제가 엄격한 나라로, 외화 보유 허용은 현지 사업의 자금 운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건입니다. 이에 발맞춰 포스코홀딩스는 3·4공장 건설 일정을 당초보다 앞당겼습니다. 정책 환경의 변화가 투자 속도에 직접 영향을 준 사례입니다.
해발 4000m는 산소량이 지상의 60% 수준입니다. 고산병 위험이 상시 존재하는 환경입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 문제를 AI와 로봇 원격 관제 시스템으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작업자의 현장 노출을 줄이면서 운영 효율도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에너지 전환도 병행합니다. 내년부터 고지대 공장의 운영 전력을 액화천연가스 (LNG) 발전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망 전반에 요구하는 RE100, 즉 재생에너지 100% 사용 기준에 맞추기 위한 조치입니다. 최종 납품처의 요건이 원료 생산 단계까지 거슬러 올라오고 있는 구조입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리튬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왔습니다. 포스코홀딩스의 아르헨티나 사업이 완전히 가동되는 2033년 이후에는 연 10만 톤 규모의 리튬을 국내 공급망에 투입할 수 있게 됩니다. NCM 배터리용 수산화리튬을 국내 배터리 3사에 공급하는 구조입니다. '황금소금'이라는 사업 이름처럼, 그 소금이 실제로 얼마나 황금이 될지는 리튬 시세(현재 톤당 2만 달러)와 생산 일정이 함께 결정할 것입니다. 붉은 황토빛 안데스 고지대에서, 그 답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