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한국 게임 매출의 4분의 3이 해외에서 나왔습니다 올 상반기 국내 주요 5개 게임사의 해외 매출 합계는 6조570억 원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7981억 원)보다 60% 가까이 늘었고, 2023년 한 해 전체 해외 매출(6조2351억 원)에 반기 만에 육박한 규모입니다. 이 수치는 예외가 아닙니다. 넥슨·크래프톤·넷마블·엔씨소프트·펄어비스 5개사의 평균 해외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70%를 넘어선 구조적 전환의 결과입니다.
서울경제신문이 매출 상위 5개 게임사의 올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평균 해외 매출 비중은 74%였습니다. 지난해 말 약 67%에서 반년 만에 7%포인트 상승한 수치입니다. 크래프톤은 94%, 펄어비스는 93%대로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했습니다. 넷마블은 80% 안팎을 유지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국내 비중이 높았던 넥슨과 엔씨소프트도 각각 약 10%포인트 안팎 상승하며 구조 변화에 합류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분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50%를 넘은 것은 2012년 4분기 이후 처음입니다.
이 5개사의 평균 해외 매출 비중은 2021년 이후 줄곧 60%대 중후반에 머물렀습니다. 변화의 계기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글로벌 신작 출시와 서구권 개발 스튜디오 인수였습니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은 서구권을 중심으로 누적 판매량 600만 장을 돌파했습니다. 넥슨의 '아크 레이더스'는 북미·유럽에서 흥행하며 해외 비중을 50%대로 끌어올렸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유럽 모바일 캐주얼 게임 플랫폼 기업 '저스트플레이'를 연결 편입하면서 서구권 실적이 개선됐습니다. 올 상반기 5개사 해외 매출은 지난해 전체 해외 매출(7조9593억 원)의 80%에 이미 달했습니다.
국내 게임사들이 주력으로 삼았던 장르는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었습니다. 이 장르는 국내와 동아시아 시장에서는 통했지만 북미·유럽에서는 시장이 제한적이었습니다. 스팀,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닌텐도 스위치 등 콘솔·PC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수억 명의 이용자에게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열렸습니다. 하나의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동시 출시하는 전략이 보편화한 것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북미·유럽 개발사 인수와 글로벌 지식재산권(IP) 확보도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고환율 기조 역시 장부상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해외사업환산손실을 냈던 넷마블과 크래프톤은 올 상반기 각각 2041억 원, 819억 원의 해외사업환산이익을 인식했습니다.
국내 게임산업 매출은 줄지 않았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22조2149억 원에서 2024년 23조8515억 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4조124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성장률은 1%대로 낮아졌습니다.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국내 모바일 MMORPG 모델도 이용자 피로도와 규제 강화로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콘텐츠 소비 방식이 숏폼·웹툰·OTT·AI 등으로 분산되면서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습니다. 신작 공개 무대도 이미 해외로 이동했습니다. 2024년 게임 제작·배급사 대상 관심 전시회 조사에서 일본 도쿄게임쇼(74.5%)가 지스타(68.1%)를 처음 추월했고, 올해 지스타 참가를 확정한 대형 게임사는 아직 없습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배틀그라운드처럼 글로벌 스팀·콘솔 마켓 등 다변화된 해외 플랫폼에서 성과를 낸 기업 위주로 매출 지형도가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메가히트 IP의 성공을 지켜본 업계 전반에 '해외 성과만이 유일한 활로'라는 인식이 확고해졌다"며 "대형사가 초기 기획부터 글로벌 현지화 전략을 펴는 가운데 중소 게임사들도 해외 진출에 역량을 쏟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네오위즈는 2023년 출시한 'P의 거짓'으로 글로벌 누적 수백만 장 판매 이후 이를 장기 프랜차이즈 IP로 확장한다는 구상입니다. K콘텐츠 위상을 활용한 한국 역사·문화 배경의 게임도 잇따릅니다. 넥슨게임즈의 '우치 더 웨이페어러', 스튜디오 이기몹의 '무사: 더티 페이트' 등 조선시대 배경 콘솔 액션 게임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개발 중입니다.
국내 5개 주요 게임사의 매출 구조는 이미 '국내 보조, 해외 주력'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출시를 앞둔 대형 신작들(넥슨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 크래프톤 '타래: 언바운드', 엔씨소프트 '길드워3'·'신더시티' 등)도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이용자를 겨냥해 개발됐습니다. 올 상반기 6조570억 원이라는 해외 매출 수치는 이 흐름이 이미 실적으로 확인됐다는 뜻입니다.











